농협금융[제공=농협금융]
농협금융[제공=농협금융]

금융당국이 70년대생 부서장으로 세대교체하는 상황에서 농협보험도 수장을 교체하고 있다. 농협보험 최고경영자의 경우 전문성에 방점이 찍히면서도 불확실한 정치 상황을 고려해 내부 출신을 기용해 안정성도 겸비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임추위는 농협금융 회장을 비롯해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 및 NH저축은행 등 계열 보험사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됐다.

우선 박병희 농협생명 부사장이 차기 NH농협생명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농협생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박 후보의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의결한다. 임기는 2025년 1월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다. 

1966년생으로 대구 출신인 박 후보는 청구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중앙회뿐 아니라 농협은행, 농협유통, 농협재단, 농협경제지주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쳤다. 농협은행에서는 경북지역보증센터장, 대구영업본부장을 맡은 후 농협경제지주 감사국 부국장을 거쳐 지난해 농협생명 부사장에 승진했다. 이번 선임으로 첫 농협생명 내부 출신 대표이사로 승격됐다. 

박 후보의 역할은 판매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농협생명의 수입 보험료는 농협은행과 관련해 저축성보험 위주로 구성돼 있다.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 제도에선 저축성보험이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에 한계를 준다. CSM이 미래에 발생할 보험료수입을 돌려줘야할 부채로 먼저 인식하는 방식이라서 IFRS17은 저축성보험의 금리를 보험부채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일반계정 보험상품의 수입보험료는 3조4681억원으로 이 중 절반이상(54.3)%인 1조8815억원이 저축성보험 수입이었다. 업계에서는 "저축성 상품보다 보장성 상품을 높은 비중으로 판매하는 것이 회사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호동 회장 쇄신 인사로 물러난 서국동 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후임에는 송춘수 전 농협손보 부사장이 내정됐다. 

송춘수 대표는 이미 퇴임한 상태에서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점 보다는 최초로 내부 출신 인사를 뽑았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송춘수 농협손보 대표 내정자도 경상남도 합천 출신으로 경상도 출신으로 분류된다.

앞서 송 내정자는 농협손해보험 출범 전 공제 당시에도 농작물손해보험을 맡으면서 공제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2012년 농협손보 출범 당시부터 농협손보에 합류해 부사장까지 지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농협금융 검사 당시 지적해온 전문성 부재를 반영한 인사로 해석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계열사 등 수시검사에서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농협생명의 경우 대표이사를 포함한 5명 이사는 선임 당시 기준으로 보험업 경력이 전무한 농협중앙회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농협금융은 농협생명 부사장을 2년 지낸 박병희 부사장을 선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밖에 금융그룹업계에서 신한금융 보험 계열사는 최고경영자가 연임한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가 재신임받은 반면 KB금융에선 정문철 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을 차기 KB라이프생명 대표로 낙점했다. 보험 경력보다 은행 부행장직이 계열 보험사 대표가 되는 기존 패턴을 이어가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경우 앞서 70년대생 수장과 부서장이 전격 발탁되며 역동적인 활약상을 예고했다. 역대 최연소인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0대 초반에 서울대 동문이란 공통점을 지닌 금융당국을 이끄는 두 수장이다. 특히 금감원의 경우 10일 인사에서 70년대생 부서장을 대거 기용했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본부, 지원부서의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새롭게 배치하는 ‘물갈이 인사’를 실시했다. 국장급인 본부 및 지원부서장 75명 중 이진 금융시장안전국장을 제외한 74명을 재배치했다. 

부서장 물갈이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본부 부서장 중 절반 이상인 36명을 신규 승진자로 발탁했다는 점이다. 기존 주무 부서장은 공채 1기로 채웠다면 이번 인사에서 공채 1~4기로 기수가 대폭 떨어졌다. 이번 인사를 통해 1972~1975년생이 대거 부서장을 수행하고, 1977년생 김세모 분쟁조정 3국장이 최연소로 발탁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 및 금융권 인사로 60년대 중반 인력은 후선으로 밀려나고 70년대생 새로운 리더들이 금융을 주도하게 됐다"며 "기존 50대 중반 부서장 상당수가 뒷방으로 밀려나갔다"고 말했다. 

보험권 관계자는 "내년 경기침체 등으로 보수적 경영기조가 이뤄지지만 젊은 경영진을 맞이한 금융사는 공격적 영업과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엄 이후 탄핵정국에 들어선 상황에서 정치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이복현 원장 역시 내년 6월까지인 임기를 다 채울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무리 없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