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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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가 돈을 받고 MG를 인수하는 셈"

'똑똑한 이단아' 메리츠화재는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MG손해보험 인수 때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자금 수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보는 부실금융사 MG손보의 국가 관리자다. 이번 딜은 M&A(인수합병)가 아닌 P&A(계약이전) 방식으로 진행돼 부실자산을 빼고 계약자산만 골라담을 수 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의 경영 리스크 관리 스타일은 영악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절대 손해볼 수 없는 협상에 나선 모양이다. 

보험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에 따르면 MG손보가 옛 그린손해보험 시절 판매한 '손해율 높은' 보험 계약을 고려하면 인수가격 이상의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보니 메리츠가 우위에 있는 거래다. 예보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책임지고 해야 하는 처지다.

또한 메리츠는 '부실 금융사는 부실 금융사로 귀결된다'는 퇴행적 귀결을 고려한 듯 보인다. 이 말을 뒷받침 하듯 MG손해보험은 2001년 부실 금융사가 정리되면서 탄생한 보험사다. 이 부실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국가가 책임을 지고 담보를 내놔야 한다는 게 메리츠 입장으로 풀이된다.

예보는 지난달 30일 MG손보 매각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연기됐다. 당시엔 앞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메리츠화재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어서다. 당국은 법에 따른 적법한 거래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당초 MG손보를 3000~4000억 선에서 매각할 계획으로 전해지지만 메리츠는 이 금액의 두배 가량의 자금을 수혈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들린다. 

이에 대해 보험사 M&A 전문가는 "메리츠와 예보(금융당국)가 협상 테이블에서 서로 납득하는 대화를 했다면 금명간 거래의 결말이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만약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를 확정 짓는다면 예보와 금융당국(공적자금관리위원회)은 국회의 지적이나 감사원의 감사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화재도 자금 수혈 요구 논리를 국회나 정부에 소명해야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MG 노동조합의 저항도 만만찮지만 보험사 매각 역사상 노조가 거래를 막은 적은 드물다. 노조 핸들링에 능통한 메리츠가 MG 노조에 어떤 제안을 내놓을 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업계에선 인력 규모나 수준 면에서 메리츠화재가 앞서 있는 만큼 MG손보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P&A 방식으로 메리츠가 계약 자산만 흡수할 가능성도 높아 MG손보 법인은 청산으로 갈 수 있다. 

앞서 국회는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부실 금융사를 떠안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인수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MG손보의 부실 경영을 오히려 더욱 입증해 오히려 메리츠화재의 자금 수혈 요구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금융당국도 별다른 카드가 없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메리츠화재의 인수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업계에선 메리츠화재가 예보에 7500억원을 MG손보에 수혈해주면 인수하겠다는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들린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가계약법 적용이라 지원금액 한도가 이미 정해져있다"고 말했다. 

 

김남희 EBN 금융증권부 차장
김남희 EBN 금융증권부 차장

부실 금융사의 결말은 '해체'로 결론 나거나, 대기업으로 인수되는 것이었다.

과거 부실금융사로 지정된 리젠트화재는 앞서 2001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여러 번 매각이 불발되자 금융당국은 5개 손해보험사에 계약이전을 추진한 뒤 청산했다. 리젠트화재의 경우 계약 이전 이후에도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등 민원도 많았다.

MG손보는 부실 금융사 국제화재가 전신이다. 역시 당시 부실 금융사였던 대한화재는 현재 롯데손해보험으로 경영 중이다. 또 과거 외환위기 직후 신동아그룹이 공중분해 되자 한화그룹은 부실 금융기관이었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2002년에 인수했다. 한화생명 주가는 10년째 미끄러지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한다면 메리츠화재는 계약 규모상 삼성화재와 덩치를 겨루게 된다. 그동안 메리츠화재가 보여준 성장 속도는 '기함할' 정도다.

만년중간 메리츠화재는 2018년까지 업계 5위권에 머물렀지만 2019년 현대해상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DB손보를 꺾고 당기순이익 2위를 차지했다. 메리츠화재는 "우량 계약 중심의 영업과 효율적인 비용 관리 등 보험 계약 경쟁력에 충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알짜경영'을 고수하며 손해율 관리와 저비용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메리츠화재의 성과는 독보적이다. 경영 결실은 주주에게로 환원됐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순익 50% 이상 주주환원"을 약속했다. 

메리츠금융그룹에 MG손보의 계약 자산이 흡수되면 메리츠금융 주가에 영향을 줄 지 궁금하다. 메리츠금융 주가는 지난 5년간 1만2000원에서 10만3000원으로 치솟았다. 예보와 메리츠화재가 정말 협상을 마쳤다면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가 유력하다. 앞으로 메리츠금융이 주주에게 앞으로 보여줄 자신감 크기가 어떠할 지 시선이 모아진다. 

만약 예보가 메리츠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대안책이 있는 지도 짚어볼 대목이다. 리젠트화재처럼 연이은 매각 불발에 대형 손보사에 계약 이전을 청해야 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의 팔을 비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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