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백기를 들었다. 무·저해지 해지율의 예외모형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우선했던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경고에 납작 엎드렸다. 보험사 대부분이 예외모형이 아닌 원칙 모형을 채택하기로 해 당국의 보수적 모형을 수용키로 했다.[EBN 자료 사진, 옛 보험사 로고]
보험사가 백기를 들었다. 무·저해지 해지율의 예외모형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우선했던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경고에 납작 엎드렸다. 보험사 대부분이 예외모형이 아닌 원칙 모형을 채택하기로 해 당국의 보수적 모형을 수용키로 했다.[EBN 자료 사진, 옛 보험사 로고]

보험사가 백기를 들었다. 무·저해지 해지율의 예외모형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우선했던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경고에 납작 엎드렸다. 보험사 대부분이 예외모형이 아닌 원칙 모형을 채택하기로 해 당국의 보수적 모형을 수용키로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예외모형을 통해 수익성 향상에만 골몰할 경우 통계적 착시효과로 미래 위험을 키울 수 있어 대주주 면담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같은 당국의 압박에 보험사들은 실적이 큰 폭이 줄어들더라도 원칙모형으로 가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

1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주요 손보사들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관련 원칙 모형을 쓰겠다는 입장을 결정했다. 업계 일부 기업인 롯데손해보험은 현재까지 결정하지 못한 채 고심 중으로 알려진다.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보험료가 일반 보험상품보다 10∼40% 싸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 실적 향상의 핵심 상품으로 내세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사가 실적을 위해 예외모형을 선택하면 미래에 예상보다 해지 하지 않은 계약 때문에 지급되어야할 보험금이 커져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 때문에 필요시 대주주와 직접 면담하겠다며 다시 강하게 압박했다.[제공=연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사가 실적을 위해 예외모형을 선택하면 미래에 예상보다 해지 하지 않은 계약 때문에 지급되어야할 보험금이 커져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 때문에 필요시 대주주와 직접 면담하겠다며 다시 강하게 압박했다.[제공=연합]

문제는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상품과 관련해서 해지율을 자의적으로 높게 가정해 이 상품이 해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험사가 준비해야할 보험금이 적어진다는 낙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같은 낙관적 가정은 결과적으로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리게 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고심이 컸다.

금융당국은 이에 보험료 납입 완료 시점에 이를수록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원칙모형(로그·선형모형)을 제시하고, 엄격한 요건 하에 예외모형(선형·로그)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뒤를 이어서 따라온 문제는 보험사가 실적 악화를 피하기 위해 예외모형을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부터다.

당국이 예외모형을 허용했다는 빌미를 내세워 보험사들이 예외모형을 대수롭지 않게 선택할 것이라는 업계의 입장이 두드러졌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가 실적을 위해 예외모형을 선택하면 미래에 예상보다 해지 하지 않은 계약 때문에 지급되어야할 보험금이 커져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 때문에 필요시 대주주와 직접 면담하겠다며 다시 강하게 압박했다.

이런 당국 경고에 업계에 따르면 당초 예외모형 적용을 고려했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도 원칙모형을 적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들 보험사는 보수적인 당국모형을 적용하면 실적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적립해야 할 자본금도 늘어난다.

현재 이같은 대형 손보사들은 "원칙모형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은 워낙 자체 기준을 보수적으로 수립해 초기부터 원칙모형을 적용한다는 입장이었다. 생명보험사는 해당 상품판매에 의존을 덜 한 데다. 원칙모형 영향이 크지 않아 원칙모형을 적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원칙모형 적용 시 가장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 롯데손해보험은 현재 방향성을 검토 중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의 올해 상반기 누적 전체 보장성 원수 보험료 중 무·저해지 보험 비중은 36.14%로 11개 손보사 중 가장 크다. 롯데손보가 만약 원칙모형을 적용해야 하면 실적이 떨어짐은 물론 적립해야할 자본금이 늘어난다.

무·저해지 해지율 원칙 모형 적용에 따른 각사별 영향은 편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해당 상품을 많이 판매한 회사와 적게 판매한 회사 등 다양한 입장이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확정된 회계제도 개혁안과 최근 시장금리 하락 등을 반영해 재무영향평가를 한 결과, 국고채 10년물 금리 3% 기준 보험업권의 K-ICS(지급여력비율)는 올해 상반기 말 대비 약 20%포인트(p) 내외 떨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당국의 계리가정 변경 등에 따라 보험사의 CSM 감소, K-ICS 하락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무·저해지 관련 영향은 손보사가 클 것이고, 무·저해지 판매 초기 상품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구체적인 영향은 손보사별로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계 계리 전문가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각 보험사가 회계법인 등 계리 전문가를 통해 해지율을 산출하기 때문에 해외당국에서는 예외나 예시모형을 따로 두진 않는다. 어디까지나 보험사가 철저히 산출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 보험업계에선 DB손해보험이 가장 미래 가정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어서 향후 벌어질 변수에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고 메리츠화재가 보수적으로 산출해 관련 미래 경영도 안정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해지율 가정을 낙관한 보험사들은 계리모형을 들여다봐야할 회계법인이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보험사 눈치를 보고 낙관적 모형을 눈 감아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회계업계를 향해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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