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는 어피니티 컨소시엄 지분과 신 회장 지분을 '동반매각(태그얼롱)'할 때 가장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져서다. 견실한 생보사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지주와 외국계 사모운용펀드가 등장할 수 있다.[사진=교보생명, 연합, EBN 자료 사진]
자본시장에서는 어피니티 컨소시엄 지분과 신 회장 지분을 '동반매각(태그얼롱)'할 때 가장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져서다. 견실한 생보사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지주와 외국계 사모운용펀드가 등장할 수 있다.[사진=교보생명, 연합, EBN 자료 사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어피니티와 신창재 교보 회장 간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차이가 크다. 어떤 기관이 교보생명 주당 가격을 얼마로 산출할 지 시선이 쏠린다. 

자본시장에서는 어피니티 컨소시엄 지분과 신 회장 지분을 '동반매각(태그얼롱)'할 때 가장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져서다.

교보가 매물로 나오면 견실한 생보사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지주와 외국계 사모운용펀드가 등장할 수 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에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IMM PE·베어링 PE·싱가포르투자청이 묶여 있고, 다른 주요주주의 컨소시엄도 존재해 태그얼롱 규모도 커질 수 있다. 

27일 보험업계와 자본시장에 따르면 신 회장과 어피니티 사모펀드 컨소시엄 간 풋옵션 행사가격에 대한 갈등으로 6년 이상 이어진 법정 싸움이 지난 19일 국제상공회의소(ICC)의 국제중재재판소(ICA) 2차 중재 판결로 새로운 분쟁의 서막을 예고했다.

교보생명의 다양한 주주들[제공=교보생명]
교보생명의 다양한 주주들[제공=교보생명]

ICC는 "신 회장은 이제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해 풋옵션 가격 산정에 나서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어피니티 측이 ICC에 제기한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ICC는 신 회장이 다음달 중순까지 풋옵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또 이 과정에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총 1조2000억원)에 인수한 내용도 확인했다. 

ICC는 6년 이상 이어진 이 소송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패널티(지연 배상금)도 부과했다. 신 회장이 기일(期日)까지 풋옵션 가격을 정하지 않으면 하루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에 달하는 배상 지연금을 내도록 판결했다.

교보생명 사옥[제공=교보생명]
교보생명 사옥[제공=교보생명]

보험업계는 이 패널티가 예상치 못한 변수로 등장하면서 신 회장이 더 이상 시간 끌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측은 다른 쟁점을 놓고 새롭게 맞붙는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신 회장과 주주간 계약을 통해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총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계약기간 교보생명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어피니티는 2018년 풋옵션을 행사하며 매입 가격으로 주당 40만9912원을 제시했다. 이 가격은 안진딜로이트회계법인이 2018년 공정시장가격(FMV)으로 추산한 결과값이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교보생명 주당 가치가 그보다 훨씬 낮다'면서 풋옵션 행사를 수용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교보 주당 가치가 많아야 20만원이라는 입장이다.

쟁점은 3가지다. 우선 △계약 미이행이 있다. 또 △풋옵션 가격 △신 회장이 준비해야할 풋옵션 자금이다. 2012년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신 회장과 맺은 계약에는 어피니티가 매입한 가격 주당 24만5000원 이상을 보장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은 현재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가 “20만원 이하”라고 했다.

이 계약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소한 주당 24만5000원은 지켜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계약서에는 어피니티가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했고, 신 회장이 최소 그 이상을 어피니티에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신 회장이 이제 와서 어피니티 투자 원금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신 회장의 입장은 다르다. 투자 관계이므로 원금을 보장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재 교보생명 기업가치로 값을 매기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은 자사의 주당 가격 19만8000원이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8월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에 나온 가격이다.

계약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소한 주당 24만5000원은 지켜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계약서에는 어피니티가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했고, 신 회장이 최소 그 이상을 어피니티에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신 회장이 이제 와서 어피니티 투자 원금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제공=픽사베이]
계약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소한 주당 24만5000원은 지켜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계약서에는 어피니티가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했고, 신 회장이 최소 그 이상을 어피니티에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신 회장이 이제 와서 어피니티 투자 원금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제공=픽사베이]

어피니티와 신 회장 간의 풋옵션 가격은 우선 간극이 크다. 교보 측은 현재 생명보험사의 기업가치를 통해 교보생명 주가를 추정 산출하면 10만~20만원대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업계 통상적인 방식으로 계산해보자. 교보생명 시가총액을 발행 주식 수(1억250만 주)로 나누면 교보생명의 예상 주가는 약 3만611원에 달한다. 2019년 이뤄진 5분의 1 액면분할 이전 주가로 환산하면 약 15만3000원이다.

삼성전자 관련주로 분류되는 삼성생명의 높은 PBR(0.44배)을 반영하더라도 교보생명의 예상 주가는 액면분할 전 기준 23만원선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15만원에서 23만원 구간이 주당 가격 밴드라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어피니티가 주장하는 주당 40만9912원은 '교보생명이 계약대로 2018년 상장했다면 형성되었을 가격'이며, 교보생명 100% 지분을 놓고 산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생명 주주들
교보생명 주주들

앞으로 신 회장 측이 내놓은 풋옵션 가격이 어피니티 측 가격과 10% 이상 차이 나게 되면 어피니티는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선정할 수 있다.

그중 하나를 신 회장이 선택하면 이 기관에서 풋옵션 가격을 내놓고, 해당 가격과 어피니티의 매입 가격(주당 24만5000원) 중 더 비싼 값을 최종 가격으로 결정할 수 있다. ICC는 최소한 어피니티가 투자한 원금은 지켜져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풋옵션 가격에 따라 신 회장이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기본 1조원이 넘는다. 어피니티가 2012년 1주당 24만5000원으로 교보생명 지분(24%)을 사들이는데 1조2054억원을 썼기 때문이다. 이 투자금을 원금 그대로 돌려주는 데에도 1조원을 초과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제공=연합]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제공=연합]

만약 평가기관이 주당 24만5000원 이상으로 가격을 매긴다면 신 회장 개인이 준비해야할 금액은 더 커지게 된다. 만약 어피니티가 요구하는 40만 원대 가격이 나오면 신 회장은 총 2조원을 지급해야 한다. 원금 1조2000억원에 8000억 원을 더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신 회장 개인이 조단위 풋옵션 금액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 시선이 쏠려 있다. 교보생명은 이미 신 회장이 1조원 가량을 준비한 상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 지분(33.7%)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통상 이같은 주식담보대출은 상당한 담보를 요구하거나 예상보다 대출한도가 적다는 단점이 있다. 증권사에 따르면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릴 때는 주식의 가격 하락을 대비해 상당액 이상으로 담보를 유지하도록 정해진 비율을 지켜야 한다. 국내는 보통 담보유지비율을 140% 정도로 설정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주식담보대출로 풋옵션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33.7%를 매각하는 방안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서다. 교보 측은 "신 회장은 자본시장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풋옵션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방안은 신 회장이 현재보다 더 매력적인 풋옵션 조항을 내밀어, 새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는 극단의 경우, 신 회장이 가장 비싸게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태그얼롱 행사다.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신 회장 지분을 합치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총 60%의 지분을 통째로 매각하면 가장 비싼 가격이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또 국내외 금융그룹이나 대형 사모운용펀드가 조단위 현금을 내고 교보를 인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 2019년 4월 KB금융지주의 교보생명 인수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했다.

통상 자본시장에서는 IPO 불발 시 1대주주와 2대주주가 공동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가 자연스럽게 행사된다. 지배주주(신창재)가 지분을 팔 때 다른 주주(어피니티 컨소시엄)도 동일한 가격에 팔아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잦아서다.

또 다른 주주 컨소시엄도 존재하는 만큼 교보생명 지분 대규모가 시장에 거래될 수 있다. 실제 자본시장에서는 "교보생명 지분에 투자해 10년 이상 물려있는 투자사의 걱정과 피로감이 누적돼 있고 다수 기업이 지분을 정리하길 원한다"고 거론된다.

교보생명 일부에서는 이같은 분쟁을 "어피니티가 교보생명을 통째로 삼키려고 짠 계획"으로 해석한다. 또 "투기 자본이 적대적 M&A를 시도해 교보생명과 임직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어피니티 측은 "ICC 판결을 통해 6년만에 주주간 계약서가 제대로 해석됐다"면서 "신 회장이 더 시간 끌지 않게 ICC 측이 하루 패널티 3억원을 책정해줘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어피니티는 또 "이 패널티가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교보 투자금(1조2000억원)의 기회비용을 인정한 결과"이며 "이 금액을 교보생명이 아닌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그 정도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ICC 판결 결과에 신 회장 측은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피니티 측 FMV(주당 40만원대)가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소송에 뛰어들었지만 최소한 어피니티의 투자 원금은 보장해야 하는데다 하루 3억원, 1년간 약 1000억원의 패널티가 발생하는 지연 배상금이 신설됐다.

신 회장으로선 게임이 더 불리해졌다. 신 회장으로선 자금 확보와 FI 물색 등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또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사내 '가신(家臣)그룹'의 조언대로만 움직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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