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일부에서는 MG손보 자산부채를 손보사 한 곳이 떠안기 보다는 대형 손해보험 5사가 나눠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03년 금융당국이 리젠트화재(옛 해동화재) 자산부채를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現 DB손해보험)·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LG화재(현 KB손해보험) 등 5개 손해보험사로 이관한 선례가 있어서다.[사진=각사]

부실금융기관 판정을 받은 MG손해보험의 자산부채이전(P&A)이 지연되고 있다. 메리츠화재로의 P&A가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현재 협상이 잠정 중단됐다.

업계 일부에서는 MG손보 자산부채를 손보사 한 곳이 떠안기 보다는 대형 손해보험 5사가 나눠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03년 금융당국이 리젠트화재(옛 해동화재) 자산부채를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現 DB손해보험)·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LG화재(현 KB손해보험) 등 5개 손해보험사로 이관한 선례가 있어서다.

지금의 금융당국은 현재 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처럼 당국이 부실금융 자산을 5개사로 넘길 법적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보 자산부채이전의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메리츠화재와 MG손보 정리 주체인 예금보험공사 간의 협상이 현재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협상의 쟁점은 예보가 MG손보에 수혈할 지원금 규모다.

당초 업계에선 지난해 말 기준으로 MG손보가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7000~8000억 원 안팎의 자본 확충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보와 당국 측은 국가계약법상 3500억원에서 많아야 5000억원 안팎의 지원이 가능하단 입장이다. 순자산의 부족분 수준을 예보(정부)가 채워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업계 시각은 다르다. 회계 제도변경 아래 줄어들 가용자본을 감안한다면 예보의 지원을 반영하더라도 총 1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MG손보 정상화에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때문에 메리츠화재는 향후 MG손보로 인해 얻게 될 자본 부담을 놓고 고민 중이다.

특히 MG손보의 유력 자산인수자였던 메리츠화재는 MG손보의 제한된 자본력과 예보의 지원 한계에 실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메리츠 측은 MG손보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MG손보 자산흡수를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메리츠는 컨퍼런스콜에서 "외형 확대보다 주주이익에 부합하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메리츠의 요청만큼 예보가 MG손보에 자금을 수혈해주기는 어렵다. 법 수준 내에서 지원할 수 있어서다. 만약 이번 입찰을 유찰시키고 새로운 입찰에 돌입하더라도 예보의 지원금이 늘어나긴 쉽지 않다. 정부 지원금은 국가계약법상 청산가치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미래의 회계제도 변경은 가치 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해서다.

이번 매각을 둘러싼 또 다른 문제는 '고용승계'다. MG손보 노조는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승계를 요구하며 연일 생존권을 외치고 있다. 이는 매각의 주된 걸림돌이 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MG손보의 청산을 부추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사진=EBN]
이번 매각을 둘러싼 또 다른 문제는 '고용승계'다. MG손보 노조는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승계를 요구하며 연일 생존권을 외치고 있다. 이는 매각의 주된 걸림돌이 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MG손보의 청산을 부추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사진=EBN]

IB업계 관계자는 "MG손보에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지속적으로 들기 때문에 원매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요인이 큰 매물이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과거 리젠트화재처럼 대형손해보험사 5사가 MG손보 자산부채를 나눠 갖는 것이 가장 사회적 부담이 적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003년 금융당국이 리젠트화재 자산부채를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5개 손해보험사로 이관한 선례를 뜻한다. 당시 당국은 2003년 파산한 리젠트화재의 매각을 5번 가량 시도했지만 실패해 결국 5개 손해보험사로 계약자산을 이관하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문제는 당국의 강제화로 떠안은 부실계약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장기 계약과 부실 자산이 많아 5개 손보사들의 해당 계약에 대한 문제를 당국에 문제제기하는 등 후폭풍이 상당했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문제는 당초 예정된 공적자금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수의 보험사로 계약이 이전되다 보니 다양한 비용이 중복적으로 발생한 것이었다고 업계에서는 설명했다. 업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당국이 후속으로 겪은 문제가 따라왔다"고 말했다.

MG손보를 대형 5개 손보사로 나눠 이관하는 방식에 대해 당국은 망설이고 있다. 일단 법적 근거를 검토해야 한다. 과거 리젠트 방식은 법적 근거보다 소비자보호를 더 우선시해 당국이 강제화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M&A 혹은 P&A를 하더라도 거래 상대, 즉 인수자가 하나의 사주의 형태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제공=연합]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M&A 혹은 P&A를 하더라도 거래 상대, 즉 인수자가 하나의 사주의 형태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제공=연합]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당 방식은 현행 보험업법으로 가능한 지 우선 의문이 든다"면서 "M&A 혹은 P&A를 하더라도 거래 상대, 즉 인수자가 하나의 사주의 형태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법정관리를 적용하더라도 회사가 청산됨을 전제로 계약만 이전할 지, 자산부채를 인수할 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남게 된다. 대형 5개 손보사는 알짜 자산만 흡수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발상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혼자 감당하기는 부담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5개 손보사가 MG손보 자산을 나눠 흡수하는 것이 가장 부담없이 사회적 기능을 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면서 "어찌 됐건 보험계약자만큼은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식"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고용승계'다. MG손보 노조는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승계를 요구하며 연일 생존권을 외치고 있다. 이는 매각의 주된 걸림돌이 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MG손보의 청산을 부추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이번 MG손보 매각 혹은 자산부채이전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시간만 끌게되면 MG손보에 투입하게 될 예보의 공적자금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MG손해보험 사옥[제공=연합]
MG손해보험 사옥[제공=연합]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보험산업 개혁과 신뢰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번 정부에서 MG손보 매각을 실패한다면, 보험개혁의 오점으로 남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MG손보 노조의 매각 시간 끌기일수도 있다"고 풀이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결산이 마무리되고 정부가 다시 입찰을 시작하더라도 MG손보에 대해선 공적자금을 더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당국이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산업의 신뢰도 제고와 보험개혁을 진행 중인데 MG손보의 새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인수 보험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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