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겔 상수'(Siegel's Constant)란 개념이 있습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중요하게 인용됩니다. 시겔 상수란 장기투자의 대가인 제레미 시겔이 발견한 개념으로 주식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실질 수익률을 제공해왔다는 것을 말하죠.
시겔은 미국 주식이 연평균 약 6.5%~7%의 실질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혀 한때 반향을 이끌었습니다. 1800년대 초부터 200년 이상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결과입니다. 또 주식투자는 단기 리스크는 높으나 장기 리스크는 낮다고 강조하구요.
또한 시겔에 따르면, 주식은 장기적으로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다른 자산군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습니다. 시겔 상수는 장기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이기고 안정적인 자산 증식을 이루는 데 중요한 전략임을 강조합니다. 장기투자의 실질 수익 대부분은 배당의 재투자에 의해 나오며 고배당 투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돌아볼 때 시겔 상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으며, 국내 시장에 투자한다고 해도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투자, 초단기 투자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당의 재투자도 기대하기 어렵고, 기업의 성장과 연결되는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주식 투자 수익율은 점점 더 변동폭이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돌아볼 때 시겔 상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으며, 국내 시장에 투자한다고 해도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투자, 초단기 투자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큽니다. [EBN 자료 사진]](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4661_656319_1252.jpg)
특히,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새로운 것에 대해 지나치게 열광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따라 하는 새로운 기술은 경쟁의 심화로 기업의 이윤을 오히려 감소시킵니다. 새로운 기술 등의 버블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됩니다.
최근 시장이 열광한 새로운 기술 중 하나인 '로봇' 기술을 산업에 적용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주식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주식회사 엔젤로보틱스가 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기술성장기업의 특례상장을 통해 2021년 2월3일에 코스닥시장에 입성했으며, 엔젤로보틱스도 기술성장기업의 특례상장을 통해 올해 3월26일에 코스닥시장에 들어왔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2. 6. 28. (최근 일부 금액이 삭감되기는 하였으나) 산업통상자원부,방위사업청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 신규과제의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정부출연금만 130억 원(최종 금액 121억 원)을 지급받는 협약을 체결하였다고 공시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돌아볼 때 시겔 상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으며, 국내 시장에 투자한다고 해도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투자, 초단기 투자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큽니다. [각 사 홈페이지]](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4661_656320_139.jpg)
또한, 지난 3월15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식회사와 41억5000만 원 규모의 KF-21 공정자동화를 위한 협동로봇 드릴링머신 솔루션을 납품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24년 3분기 기준으로 96억 원을 기록 전년 105억 원과 비교해 오히려 감소한 바 있습니다. 영업 손실도 2024년 3분기 기준으로 40억 원을 기록하였습니다. 즉, 아직까지 돈을 제대로 벌고 있는 기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엔젤로보틱스는 하지 불완전마비 환자를 위한 보행훈련 로봇 브랜드인 angel MEDI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angel MEDI 브랜드의 첫번째 완성 제품인 엔젤렉스 M20은 지면 보행이 가능한 외골격 보행보조 로봇으로, 불완전 하지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근육의 재건, 관절 운동의 회복 등 재활 및 치료를 위해 사용되며, 병원과 요양원 같은 전문기관과 전문 서비스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말까지 엔젤렉스 M20은 Y 대학병원, S 병원, BS 대학병원을 비롯해 전국 100여 곳이 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일반병원, 요양병원 등에 판매되어 환자의 재활 훈련에 활용 중입니다.
엔젤로보틱스의 재무적 수치를 살펴보면 매출액은 2024년 3분기 기준 33억6000만 원을 기록, 전년 51억5000만원보다 20억 여원 가까이 줄었고, 73억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 역시 아직 돈을 제대로 벌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로봇기술은 세상을 바꾸는 기술로 큰 관심과 애정을 받았고 이러한 로봇기업에 애착을 가진 주주들이 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가 작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였습니다. 삼성전자는 2023년에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83%를 확보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및 그 최대주주 등과 체결한 주주간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최대주주 등에게 최대주주 등이 보유하는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삼성전자 또는 삼성전자가 지정한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청구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등은 일정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삼성전자가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최대주주 등에게 매도할 것을 청구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해당 권리(콜옵션)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9년 기한으로 두 번의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율을 59.94%까지 확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삼성전자가 역으로 현재 보유중인 지분을 전량 다시 처분할 수도 있지만 로봇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처분 보다는 지분 확대로 결정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기획팀 임원 2명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사진에도 참여해 경영에도 실제 관여하고 있습니다.
엔젤로보틱스는 설립 초기 LG전자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증권신고서 기준 LG전자는 엔젤로보틱스 7.22%를 보유한 2대 주주로 기록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일반 투자자들은 로봇기업에 대한 투자로 안정적 수익을 얻고 있을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 투자 소식이 전해지며 2023년 10000원 대에 머무르던 주가가 24만 원 대까지 치솟았었고, 2024년 11월 29일 현재 15만170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엔젤로보틱스는 올 3월 상장시 77000원까지 급등했다가 2024년 11월 29일 현재 2만4850원을 기록 중입니다. 두 기업 모두 본질적 가치를 반영한 주가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급등, 급락한 주가 덕분에 일반 투자자들은 로봇기업 투자에서 대 혼란을 겪고 있지요.
다시 시겔상수 이야기로 돌아가서 미국 주식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데 반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는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즉, 시겔상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나라 주식이 아니라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식에 많은 자금이 몰려가고 있고, 국민연금마저도 해외 투자 비중을 점점 확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기술의 발굴에서 그치지 않고, 효율성을 높여 돈을 잘 벌고,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져감으로써 배당을 하는 기업들이 많이 양산되어 주주들은 장기 투자를 통해 해당 기업에서 배당을 받아 다시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때 우리나라 자본시장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과 주주의 장기적 호흡이 잘 이뤄질 때 진정한 기업 밸류업이 이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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