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상장된 대다수의 기업들은 주요 지수에서 벗어나 있으며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습니다. 모든 기업이 다 애플과 테슬라처럼 대중적 인지도를 얻을 수는 없으니까요. 훌륭한 경영진이 운영하는 뛰어난 기업 중에서도 그 품질에 대한 적절한 가격 책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가격 책정은 기업이 오해로 인해 평가 절하를 당할 경우 극단적인 수준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She's All That에서 주인공 레이니 보그스가 어색한 외모에서 머리를 풀고 안경을 벗으면서 가까운 졸업파티의 여왕으로 변모하는 장면처럼, 간단한 변화만으로 과소평가된 주식이 주목받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위 글은 한 외국인 투자자의 ‘K-주식시장 가격’에 대한 서신 중 일부 입니다. 우리나라 상장 기업들은 주요 지수에서 벗어난 지 오래이며, 우리나라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 자체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금융당국에서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주주권리 보호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이 추진되는 등 ‘K-주식’ 살리기를 위한 노력이 각계 각층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K-주식에 대한 적극적 투자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K-주식 개별로 살펴보면 ‘밸류업’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KISCO홀딩스와 한국철강이 각각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연말 고배당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철강은 KISCO홀딩스의 자회사입니다. 두 회사는 저평가된 주가 속에서 자사주 소각과 비과세 대상의 일시 배당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려는 의지를 시장과 주주들에게 공표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면 KISCO홀딩스는 2024년 12월 13일 200만 주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발행주식 대비 12.36%, 보유 자사주 대비 56.39%에 해당하며, 누적 소각 규모는 발행주식의 23%에 달합니다. 같은 날 한국철강은 600만 주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발행주식 대비 14.13%, 보유 자사주 대비 64.24%에 해당하며, 누적 소각 규모는 발행주식의 20.8%에 이릅니다.
두 회사는 모두 ‘현금 부자’입니다. KISCO홀딩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024. 12. 12. 종가 2만2050원 기준 0.24배로 저평가 상태입니다. 회사의 주당 순현금은 79,342원으로 현재 주가의 약 3.6배에 달합니다. 한국철강 역시 PBR은 2024. 12. 12. 종가 9.360원 기준 0.42배로 저평가 상태이고, 회사의 주당 순현금은 1만4493원으로 현재 주가의 약 1.5배에 달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두 회사는 적극적 배당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KISCO홀딩스는 2024.12. 18. 기준 임시주주총회에서 452억 원의 자본 전입을 승인받아 비과세 대상 일시 배당으로 주당 3580원을 지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한국철강 역시 같은 날 임시주주총회에서 500억 원의 자본 전입을 승인받아 비과세 대상 일시 배당으로 주당 1360원을 지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두 회사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15% 전후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상법 제461조의2(준비금의 감소)에 따르면 회사는 적립된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에 주주총회의 결의에 따라 그 초과한 금액 범위에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위 규정에 근거하여 두 기업은 자본준비금(주식발행초과금)의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여 배당재원을 확대한 것입니다.
앞서 아웃도어 브랜드에 배낭과 텐트 등을 공급하고, 카시트와 아기띠 등을 제조, 판매하는 동인기연도 2024. 11. 12.자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환으로 468억 원의 배당가능이익을 추가로 확보한 바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이 작년보다 약 3배 증가하고, 배당도 7.2% 늘어난 것으로 금융위원회는 집계하였습니다. 정부는 밸류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을 적용하는 안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같이 K-주식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저평가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위 외국인 투자자의 서신에서 언급된 대로 훌륭한 경영진이 운영하는 뛰어난 기업 중에서도 그 품질에 대한 적절한 가격 책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글로벌 주식시장의 흐름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자본시장 전체가 적절한 가격 책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K-주식에 대한 적극적 재평가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