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미국 증시 버블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미국 주식시장이 싸지는 않다. 지난해 12월 미국 S&P500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PER은 22.8배다. 이보다 더 높았던 적이 별로 없다. 닷컴버블 국면이었던 2000년 초 24.3배, 2022년 주가 급락 전 23.1배까지 올랐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상당히 비싸다. 

미국 증시는 괜찮았다. 원론적으로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상승은 인플레보다 성장률 호조에 기인한다. 경기와 기업실적이 양호해 금리부담을 이겨낼 수 있었다.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9월 이후 98bp 올랐다. 동기간 동안 실질 성장(TIPS 금리)기대는 69bp 상승했다. 나머지가 인플레 기대(26bp)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이후 공개될 관세, 감세 등 정책들은 그동안 잠잠하던 인플레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 인플레 부담에 따른 미국 금리 상승은 안 그래도 비싼 미국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증시가 비싼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 경제와 기업들이 코로나19 전후로 전개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와 공급망 분리 국면에서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경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폐쇄적이다. 미국 GDP 대비 교역 비중은 19%다. 유럽은 75%, 한국은 74%다. 자국 우선주의 국면이 중요한 추세라고 하면 교역 비중이 낮은 미국 경제와 기업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또한 에너지 의존도가 낮다. 러우전쟁 이후 유럽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높아졌다. 2022년 기준 미국 산업용 전기요금은 8.4센트/kwh다. OECD 평균은 14.5센트다. 독일은 20센트다. 동일한 입장에서 미국 기업이익이 높은 것은 자연스럽다.

아울러 벤처캐피탈(VC)을 비롯한 테크(Tech) 산업 생태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 미국 VC시장 규모는 1530억 달러다. 2위 중국 547억 달러, 3위 영국 197억 달러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크다. 미국 빅테크와 같은 생산성 향상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강자들이 출현하기 유리한 환경이다. 

미국 금리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미국 증시에 대한 매력과 선호도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투자 관점에서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너무 쏠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그외 시장들간 밸류에이션 괴리가 사상 최대로 벌어져 있다. Euro Stoxx 50지수 PER은 미국 대비 60%에 불과하다. 한국 증시 PER은 미국의 40%에 그친다. 그렇다고 이러한 괴리가 계속 확대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 실적 기대는 낮아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주가와 실적 간 괴리가 다른 지역들에 비해 심하다. IMF외환위기와 같은 내부적인 금융위기가 아니라면 국내 증시의 상대적 부진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새해 국내 증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연초 투자자들과 기관 투자자들은 자산 비중을 재조정한다. 아마도 미국 비중은 지난 2년간 주가 고공행진으로 많이 늘어났을 것이다. 반면 한국 비중은 크게 축소되었을 것이다. 비중 재조정 과정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실적 쇼크에도 반도체 업체 주가가 나쁘지 않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크게 감소한 업종이 반도체, 배터리 업종이라는 점이다. 올해 어느 시점에서 이들 기업실적은 바닥을 지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기업실적이 저점을 보았다는 징후는 부족하다. 연초 주식시장은 실적보다 자산배분 측면에서 나타나는 재조정(rebalancing)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