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세월이 많이 흐르면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10년은커녕 찰나 단위로 급변하는 것 같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우주 기술, 비트코인, 기상 이변 등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작금 국내는 경악스러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가져온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의 소용돌이가 예사롭지 않다. 정치망, 수사망, 법망이 격하게 출렁거리고 곳곳에서 좌우의 이념 충돌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 국가신뢰도가 추락하고 금융 경제 상황도 불안스럽게 요동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의하면 돈을 못 갚고 부도날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계엄 전에 비해 상승(11월 30일 34.3 → 12월 30일 37.3)하여 국가 신용위험도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11월 30일 1394.8원 → 12월 30일 1472.4원)하여 물가에 빨간불이 켜지고 원자재 및 자금조달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엑소더스마저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각국의 한국 여행 주의보와 예약 취소 소식에 여행업계도 죽을 맛이다. 소상공인은 내수 부진에 연말 특수까지 사라졌다며 아우성이다.
이러한 정치 경제 사회적인 혼란과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오죽했으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티머시 마틴 한국지사장이 지난달 20일에 "지금은 한국 정치의 크레이지(crazy)한 시기이며, 2025년으로 넘어가도 여전히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했을까.
작년 12월 16일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국내 30대 주요 그룹의 60%가 현재의 불확실성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완성하지 못했거나 다시 수립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 기업 CEO의 76.7%는 빠른 정국 안정과 환율 안정 등의 정상화 조치를 우선 과제로 꼽기도 했단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기술 혁신과 민첩한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 부응하기도 벅찬 마당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맞닥뜨렸으니, 그룹의 고민을 충분히 헤아려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급변 시기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을 다시 곱씹어 보자. 조직은 세상의 변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위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관리'란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내외적 중대한 변화를 성과가 향상되는 방향으로 혁신하고 관리하여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경영활동을 말한다.
그러면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하면 변화관리를 잘할 수 있을까.
첫째, 변화를 고려한 경영전략을 재설계할 때 조직이 직면한 리스크 요인을 면밀하게 평가하여 적절한 통제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수집이 선행되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리스크를 평가하면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입장 담화문에서 "민주당이 체코 원전 수출 지원 예산은 무려 90%를 깎아 버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장관의 답변이 맞다면 대통령이 거짓 정보를 발산한 셈이다.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년 1월에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4'를 보면, '향후 2년 내 직면할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역정보 및 허위정보>가 1위로 뽑힌 점이 눈길을 끈다. 대통령 담화문에 담긴 거짓 정보와 함께 과연 정보의 오류 문제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는 조직이 정보를 다룰 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세계내부감사인협회(IIA)는 국제내부감사표준(GIAS)의 '원칙 11.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조직이 직면한 리스크의 유형과 변화를 평가할 때 설문조사, 인터뷰, 집단 워크숍 등을 통해 정보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할 땐 단편적인 현상만을 좇지 말고, 다각도의 입체적 시각과 수단으로 정보의 진실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사적으로 새로운 변화에 적응 가능한 비전을 설정하고, 조직 구성원 모두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변화를 극복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때문에 조직의 전략, 목표, 리스크 및 통제활동이 구성원과 더불어 균형되게 정렬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 조직 내 뉴스레터를 활성화하거나 커뮤니케이션 및 교육 채널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세계내부감사인협회(IIA)는 '성공적인 지속가능성 거버넌스를 위한 변화관리 전략' 리포트에서, 조직이 지속 가능 위험을 해결하려는 변화관리 의지에도 불구하고, 초기 단계에서 기존 습관 등에 의한 구성원의 저항이 내재하기 때문에 변화관리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변화관리에 대한 내부감사 기능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부감사 관계자가 새겨들어야 할 포인트이기도 하다.
셋째,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효율적인 통제 장치를 강구하고 역동적인 실천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 내에 변화 극복의 방향성과 가능성을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임직원이 자신이 맡은 부문의 리스크와 내부통제 상태를 스스로 평가하여 변화를 인식하고 적응력을 높이는 리스크통제 자가평가(RCSA) 제도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더하여 효율적인 성과평가 제도 및 변화 극복 경험 나누기 등의 프로그램도 시행해 볼 수 있겠다.
얼마 전에 대학교수들이 2024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꼽았단다. 도량발호는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의미란다.
이번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을 빗댄 적절한 사자성어라는 생각이 든다. 각 조직에서는 내외적 환경의 도량발호적 변화에 짓눌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의연한 마인드로 바람직한 변화관리에 매진하여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리스크(Risk)라는 단어에는 '위험' 외에 '기회'라는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 이제는 우리 앞에 '위험'을 '기회'로 전환하는 희망찬 시간이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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