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 금융윤리인증센터 교수
윤성식 금융윤리인증센터 교수

지난 1월 29일에 여자프로당구(LPBA) 계에서 기적 같은 일이 있었다. 김가영 선수가 '24/25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승리하여 6연속 우승 및 36연승의 대업을 이룬 것이다. 남녀 통틀어 세계 최초라고 하니 경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잘하는 비결'을 질문한 기자에게 그는 "에버리지, 기술, 경험치, 심리적인 부분 등 모든 게 조금씩 성장했다"고 답변했다. 당구 역량을 드높이기 위해 지식·기술·경험에 더하여 행동과학 측면의 심리적 부분까지 사위일체(四位一體)를 섭렵했다는 점에서 경외감마저 우러나온다.

심리적인 부분은 윤리성, 준법의식, 양심, 감정 조절 등을 내포하는 무형의 정신적 작용이다. 개인적으로 일탈하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고 대의에 따르려는 바른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김가영 선수처럼 지식·기술·경험의 전문 기량에 더하여 심리(윤리성)를 가미한 역량 제고 방식은 비단 당구 선수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특히 조직의 내부감사인에게는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직의 내부감사인이 지녀야 할 '윤리성과 전문성'(Ethics and Professionalism)은 지난 1월 9일 세계내부감사인협회(IIA)에서 시행한 New 국제내부감사표준(GIAS)의 '영역 II'에 종전보다 좀 더 강화된 모습으로 담겼다.

영역 II의 '윤리성과 전문성'은 5개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진실성(Integrity) △객관성(Objectivity) △감사역량(Competency) △전문가로서의 정당한 주의 이행(DPC, Due Professional Care) △비밀 유지(Maintain Confidentiality) 등이 그것이다.

'원칙1. 진실성'은 내부감사인이 스스로 불법 행위에 가담하거나 전문성에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는 비도덕적 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중요 사실 발견 시 은폐·누락하지 말고 정직성과 전문가적 용기를 가지고 투명하게 업무 수행 및 보고·공개하라는 의미이다.

최근 어느 계엄 관련 청문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 장교는 상급자로부터 "우리한테 좀 유리한 쪽으로 자료 정리를 해 놓아라"는 지시를 받았단다. 그 부당한 지시를 받은 모 장교는 "증거 조작 은닉과 불법 소지가 있다"고 하며 임무 수행을 용기 있게 거부했단다. 바로 '진실성'의 적절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원칙2. 객관성'은 내부감사인이 '편향 없는 정신적 태도'로 공정하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하라는 의미이다. 편향적 판단과 영향이 생기지 않도록 선물, 보상, 호의 등을 받지 않아야 한다. 감사 및 제재 대상에 내부감사인의 본인과 가족, 친인척, 친구 등이 연루되는 등 이해충돌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회피해야 한다.

'원칙3. 감사역량'은 내부감사인이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Skill), 경험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누가 보지 않더라도 무럭무럭 잘 자라는 야생화처럼 감사인 스스로 교육, 멘토링 등을 통해 그 전문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라는 의미이다.

최근엔 데이터양이 급증함에 따라 프로딧(Fraudit), 파이선(Python), ChatGPT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 및 감사 기법 등이 숨가쁘게 등장하고 있다. 감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신진 컴퓨터 지원 감사기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원칙4. 전문가로서의 정당한 주의 이행(DPC)'은 내부감사인이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최선의 감사 기법과 도구를 동원해야 하고, '전문가적 의구심'(professional skepticism)으로 정보를 성실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라는 의미이다.

'전문가적 의구심'은 주장, 진술, 정보의 타당성에 대해 전문가적 견지에서 항상 의문을 제기하거나 의심하는 태도를 뜻한다. 일종의 호기심이기도 하다.

'원칙5. 비밀 유지'는 내부감사인이 취득한 정보가 무단 유출되지 않도록 정보 보안에 주의를 기울이고, 조직에 해를 입히거나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사람이 건강하다는 의미는 몸 건강과 정신 건강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몸 건강을 위해 올바른 식습관·영양·운동·금연 등이 필요하다. 정신 건강을 위해선 스트레스 해소·웃음·감사하는 마음 등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전체적인 건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의 구성원도 이와 같다. 몸 건강(지식·기술·경험)과 정신 건강(윤리준법 의식)을 함께 품어야 진정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법률 전문가라 하더라도 거짓과 은폐로 전문가적 신뢰에 금이 간다면 더는 법률 전문가로 부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GIAS에서 <윤리성>와 <전문성>을 각각 다른 영역(Domain)으로 구분하지 않고, <윤리성과 전문성>을 한 영역 안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윤리성과 전문성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남다른 의미를 웅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바퀴로 비유하자면 왼쪽 바퀴는 <윤리성>으로, 오른쪽 바퀴는 <전문성>으로 정확하게 정렬된 휠 얼라인먼트(wheel alignment)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자동차와 조직이 사고 없이 잘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부감사인이 지식·기술·경험의 전문 역량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정신적·윤리적으로 흠결이 있으면 전문가라고 할 수 없고, 거꾸로 윤리성을 갖추고 있지만 전문 역량이 부족하면 윤리적이지 않다는 게 GIAS의 시각일 것이다.

작금 탄핵 정국에서 국민들 속을 후비는 몇몇 사회지도층 인사에게서 전문성에 신뢰를 손상시키고 윤리성을 의심케 하는 작태를 종종 보게 된다. 그들 스스로 겸허하게 진단해 보길 권고하고 싶다. 전문가인 나는 과연 윤리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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