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MADEX 2025 현장을 찾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출처=이혜미 기자 ]
28일 MADEX 2025 현장을 찾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출처=이혜미 기자 ]

[부산=이혜미 기자] 사업비 8조원에 달하는 해군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국내 조선·방산업계를 대표하는 '재계 절친' 두 인물이 맞붙었다.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과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8일 MADEX 2025 현장을 찾아 각자의 기술력을 소개했지만, 행사장 내에서는 조우하지 않은 채 조용한 경쟁을 이어갔다.

정기선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초등학교 동기 동창인 아버지들의 인연을 이어온 막역한 사이로, 재계에서도 절친한 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KDDX 사업을 계기로 두 사람은 각각의 그룹을 대표하는 오너 3세로서 상징적인 맞대결에 나서게 됐다.

KDDX는 우리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하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레이더, 전투체계, 전기추진, 통합마스트 등 모든 기술이 국산화되며, 사업자는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함께 맡게 된다. 현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최종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정기선 부회장은 28일 부산 벡스코 MADEX 전시장을 찾아 HD현대 전시관을 점검하고 각국 대표단 및 관계자들과 함정사업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HD현대와 LIG넥스원이 공동 주관한 리셉션에서 "AI 기반의 무인화, 자동화, 전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해양 안보를 책임지는 최고의 함정을 만들겠다"며 기술력과 리더십을 동시에 강조했다.

그는 조선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거북선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 첫 전투함 '울산함'을 건조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언급하며, "HD현대는 지금까지 106척의 함정을 제작했고, 그 중 18척은 해외로 수출됐다"며 기술 자산을 상기시켰다.

28일 MADEX 2025를 찾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 [출처= 이혜미 기자]
28일 MADEX 2025를 찾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 [출처= 이혜미 기자]

김동관 부회장 역시 같은 날 한화 방산 3사가 주최한 칵테일 리셉션에 참석해 "글로벌 안보 환경이 국가 단위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해양방산을 포함해 에너지, 우주항공 등 그룹 핵심 사업군을 이끌고 있는 한화의 '토탈 방산 솔루션' 전략을 소개하며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창업정신을 깊이 되새기며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국격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시간차로 찾은 두 사람은 행사장 내에서는 마주치지 않았고, KDDX 사업자 선정 관련 질문에는 별다른 언급 없이 미소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정기선 부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 후 2023년 11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오너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2010년 한화그룹 기획실 차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고, 2022년 8월 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내 핵심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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