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2023년 12월 기본설계를 완료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조감도.[제공=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2023년 12월 기본설계를 완료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조감도.[제공=HD현대중공업]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이 전력의 적시 확보보다 업체 선정 방식을 둘러싼 논쟁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사업 착수 지연이 길어질 경우 해군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3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KDDX 사업과 관련 '기술자문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방사청 함정사업부장 직무대리(대령)를 비롯해 대학교수,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외부 전문가가 참석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장관 보고를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결과는 아직 비공개 상태"라며 "기술 진부화 논란에 따른 조치이며 필요할 경우 추가 자문위 개최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급 최신형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국책 프로젝트다.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단계로 진행된다. 앞서 2012년 개념설계는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2020~2023년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통상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수의계약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업은 투명한 경쟁을 통해 선정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힘을 얻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KDDX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출신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의원 시절부터 경쟁입찰 전환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그는 “수의계약은 특정 업체에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하고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사청이 국방부와 국회에 현안 보고 절차를 재개하는 과정에서 기술 논란이 불거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술 진보를 반영해 초기 단계부터 설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달 말 안 장관은 KDDX 관련 첫 보고를 받은 직후 ‘기술검토’를 지시했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설계 필요성을 들어 백지 재검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그 경우 전력화가 1~2년이 아니라 10년 가까이 지연될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만 해도 약 10년이 소요된 사업이다. 장기 지연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더 이상의 지연은 곧 전력 공백"이라는 경고가 거세다.

기술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미 1년 반 이상 지연된 사업자 선정 절차는 연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복잡해진 절차 속에 발이 묶여 있다. 

방사청은 사업자 선정 절차를 재개하기 위해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와 분과위원회 일정을 조율 중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장관 및 국회 현안보고 후 사업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라며 "분과위 개최 후 다시 방추위를 열어야 사업자 선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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