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본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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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만한 품새에 단아한 미소가 감도는 항아리달이 떴다. 달항아리가 이제 '항아리달'이 되어 밤하늘에 둥실 떠올랐다. 석류를 품에 안은 항아리달이 여성성과 생명력을 품어낸다. 여성성을 총집합한 이 항아리달에 영감을 준 것은 윤동주 시인의 수필 '달을 쏘다'다.

승지민 개인전 '석류로 달을 쏘다'(Shooting at the Moon with Pomegranate)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본화랑에서 7일 전시를 마감한다. 달항아리는 최근 미술품 애호가들 사이에서 ‘힙한(멋진)’ 예술품 중 하나다. 이런 달항아리가 넉넉한 그릇에 끝나지 않고 항아리달이 되어 여름밤 하늘 위에 떴다. 승지민 작가의 '석류로 달을 쏘다'를 통해서다.

대학에서 미술 이론(서울대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그는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주립대에서 여성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남편의 발령지였던 폴란드에서 포슬린 아트를 처음 접하고 전업 작가의 길을 시작했다. 2004년 국제포슬린작가협회 비엔날레 은상, 2005년 리스본 도자기 페인팅 세계대회 금상을 받았다. 지난 20년간 국내외에서 작업과 전시를 계속하고 있다. 2018년 터키 이스탄불 컨템포러리 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했고, 이후 해외 컬렉터의 시선을 받고 있다.

[출처= 본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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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윤동주 시인의 수필 '달을 쏘다'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들을 채워졌다.

작가는 “한 손에는 꿈을, 한 손에는 용기를 쥐고” 달을 향해 화살을 쏘아 올리는 윤동주의 시적 장면을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어 달과 항아리, 석류, 하늘을 총체적으로 조합했다. 그 뿐 아니라 포슬린 페인팅과 회화를 결합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도자화라는 장르를 새계 최초로 제시한 그는 항아리달에 자신의 '전매특허'인 석류를 담아 여성성과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대표작 'Cell Division–Shooting at the Moon I'(2025)은 윤동주의 시적 이미지에 생명력과 여성성 상징인 석류를 결합했다. 윤동주 서거 80주년을 맞아 여성 내면에 깃든 창조성과 치유의 에너지를 항아리달에 담아 하늘로 쏘아 올린 셈이다.

작가 측에 따르면 거침없이 미끈한 항아리달은 여성의 신체와 생명력을 제시하고, 그 위에 놓인 석류는 세포 분열하며 생명 에너지를 발산해내는 서사를 그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정적이며 평면적 달항아리를 적극적으로 하늘 위로 쏘아 올렸다는 점이 기존과 차별화된 점이다.

무엇보다 윤동주 시인의 서거 8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윤동주이 쏘아올린 달이 치유 에너지를 지난 항아리달로 진화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승지민 작가는 "그동안 달항아리가 발산하는 여성적인 곡선과 아름다운 생명력을 상징하는 석류를 하나로 표현해 왔는데, 항아리가 달로 떠올라 온 세상을 치유하는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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