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과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출처=SK이노베이션]
(사진 왼쪽부터)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과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출처=SK이노베이션]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추형욱 신임 공동대표가 본격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실적 반등과 조직 안정이라는 단기 과제부터 중장기 포트폴리오 재편까지, SK그룹 차원의 전략 변화 속 리더십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13~14일 이틀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구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에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투자 방향 △사업구조 재편 △그룹 전반의 전략적 대응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8일 통상적인 정기 인사와는 별개의 '핀셋 인사'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SK㈜에서 에너지 투자 전반을 맡아온 장 사장은 전통 석유화학부터 신사업 배터리까지 모두 아우르는 전략통으로 꼽힌다. 여기에 추형욱 SK E&S 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 에너지 포트폴리오 전반의 통합적 리더십 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인사는 기존 박상규 총괄사장의 사의 표명에 따른 후속 조치이자, 조직 안정화와 미래 전략 수립을 동시에 노린 고강도 경영 쇄신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SK이노베이션이 단기 실적 반등과 중장기 사업 재편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적 지표는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1조1466억원,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하며 1개 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정유·화학 부문의 글로벌 수요 부진 및 공급 과잉,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실적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4개 분기 중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한 3개 분기에서 영업 적자를 기록한 만큼, 실적 악화가 구조화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고정비 부담으로 흑자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신임 사령탑은 수익성에 무게를 둔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운영개선(OI) 등을 아우르는 조직 안정도 긴급한 과제다. 장 사장은 취임 직후 CEO 레터를 통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원팀 정신으로 경쟁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 자회사(OC)와 사내독립기업(CIC)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OI를 추진하겠다"며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전략을 발굴하고 과감히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는 경영 정상화와 내부 결속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 역시 "장 사장은 에너지 투자 전략을 총괄하며 전통 사업과 신사업 모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추형욱 대표와의 투톱 체제는 유기적 협업 시너지를 기대하게 한다"고 전했다.

중장기 전략의 핵심은 SK온의 IPO가 꼽힌다.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계약상 2026년까지 기업공개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 둔화와 수익성 문제로 내부에서는 IPO 일정 조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유휴 생산시설 매각 검토 등 자산 유동화도 병행 추진 중이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배터리 부문은 SK그룹의 핵심 성장축이자 동시에 재무 부담 요인"이라며 "영업실적 부진으로 자체 현금창출력 대비 투자 부담이 높아지며 채무 위험도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출처=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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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경영전략회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참석 여부도 관심사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측은 "최 회장의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으나, 지난해 화상으로 참여한 전례에 비춰볼 때 올해의 경우 직접 참석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장 사장이 단기간 내 조직 안정과 수익성 회복의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의 경영성과가 SK이노베이션 중장기 전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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