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K그룹]
[출처=SK그룹]

SK그룹이 '2025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전사적 리밸런싱(사업구조재편) 성과를 점검한다.

1년 넘게 추진해온 고강도 사업 구조 재편의 중간 성적표를 바탕으로, AI·반도체 중심의 미래 전략과 재무 혁신 고도화를 동시에 꾀한다는 복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AI·반도체 산업 육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SK도 정부 기조에 맞춘 전략 수립과 투자 확대에 나설지 주목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13~14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AI·반도체 중심의 산업지형 변화, 그리고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중장기 전략을 다각도로 논의하는 자리다. SK그룹은 매년 6월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있다.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그룹 3대 전략회의 중 하나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앞으로 5년간 AI와 반도체에 총 80조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세운 바 있다. 2026년까지 175개가 넘는 계열사를 효율화해 재원을 확보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 AI 데이터센터, 개인화 AI 비서 등 AI 서비스 등 AI 가치 사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 회의는 리밸런싱 고도화, AI 투자 방향, 반도체 산업 전략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전사적 리밸런싱에 박차를 가해왔다. 1분기 SK㈜ 연결기준 종속기업은 지난해 말(649개) 대비 9개 감소한 640개다. 지난 2023년 말(716개)과 비교하면 76개사가 줄었다.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는 SK㈜는 포트폴리오 관리 부문을 기존 재무최고책임자(CFO) 산하에서 CEO 직속으로 재편하기도 했다.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를 높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다. 순차입금도 84조원에서 70조원 중반대로 개선됐다. 

그룹 내 리밸런싱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SK 각 계열사의 비핵심 사업 매각과 구조조정을 총괄, 재무 여력을 AI·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집중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무 여력을 확보한 SK는 AI와 반도체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이재명 정부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정부 지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맞춤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당 후보 확정 직후 첫 공개일정으로 SK하이닉스를 찾아 "세계 반도체 주도권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듣겠다"고 강조했다. SK도 이에 발맞춰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해 AI·반도체에 10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업 구조 개편도 가속화하고 있다. SK는 최근 SK머티리얼즈 자회사 4곳을 SK에코플랜트에, SK C&C의 데이터센터를 SK브로드밴드에 각각 이관했다. 이는 반도체 소재와 AI 인프라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재편해 중복을 제거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여기에 SK브로드밴드는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를 5000억원에 인수하며 디지털 서비스 핵심 인프라 사업자로 도약을 꾀했다. SK C&C는 사명을 'SK AX'로 바꾸고 AI 전환 특화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SK는 앞으로도 비핵심 사업·자산의 매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의 경영권 매각을 국내 주요 사모펀드(PEF)들과 비공식적으로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가 성사 시 3조원 이상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이천포럼에서 "SK 자체 LLM(대규모 언어모델) 개발도 가능하다"고 언급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SK텔레콤은 'AI 컴퍼니' 전환을 공식 선언하고, AI 서비스 '에이닷'을 출시하는 등 실행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SKT가 겪은 대규모 보안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도 다뤄질 예정이다. 그룹은 독립형 정보보호혁신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보안 체계 전면 개편에 나섰다.

SKT는 이번 주 안에 유심 190만 개를 추가로 확보, 오는 20일까지 전체 유심 교체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내부 보안 투자 확대 및 정보보호 예산 증액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이번 전략회의가 새 정부 출범 직후 열리는 첫 대규모 그룹 회의인 만큼, 이재명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에 보폭을 맞춘 전략적 변화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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