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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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삼성, SK, 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카드를 꺼내들지 재계·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대기업들이 새 정부에 화답하는 방식으로 투자 보따리를 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주요 경영진이 모이는 경영 전략회의를 통해 미래 사업 방향과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특히 이번 전략회의가 이 대통령의 취임 선서 직후 열리는 만큼, 새 정부의 정책 공약 분석과 계열사 간 시너지가 가능한 신사업 발굴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7일부터 3일간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에는 글로벌 법인장과 사업부 임원들이 참석해 지역별 현안을 다룬다. 

회의는 △17일 모바일경험(MX) 사업부 △18일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 △19일 전사 차원으로 순차 진행된다. 반도체(DS) 부문은 18일 별도 회의를 갖는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S25와 가전 신제품의 마케팅 성과 공유 △갤럭시Z폴드·플립7 판매 전략 수립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리스크 점검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알려진다.

SK그룹은 13일과 14일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열어 계열사 구조조정 현황을 점검하고, 사업 계획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리밸런싱(사업 조정) 전략의 점검이 핵심이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가 주요 의제였다. 올해에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화두를 던지고 계열사 리밸런싱 진행 상황 등을 재점검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불거진 SK텔레콤 유심(USIM) 해킹 사태의 대응 방안도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 해외 권역본부장 회의에서 세계 주요 시장의 판매 및 사업 현황 등을 살핀다. LG그룹은 투자점검회의를 진행 중이다. ㈜LG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권봉석 부회장 주관으로 계열사별 회의를 진행한 뒤 그 내용을 구광모 회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전략회의들이 이재명 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주요 그룹들의 추가 투자 계획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역대 정부들은 출범 직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취임 첫해인 2008년 4월 30대 기업이 95조63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9월 경제5단체가 "정부의 창조경제 구현 전략에 적극 공감하며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약 37조 원대의 투자가 착수 중이거나 착수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기업들이 중장기 투자계획을 공개하며 규모가 확대됐다.

2018년 8월 삼성과 SK는 3년 동안 각각 180조 원, 80조 원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는 5년 동안 23조 원 투자를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과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HD현대) 그룹, 신세계, 두산이 발표한 중장기 투자 규모는 1060조 원에 달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정권 초 민간 투자 유도를 위한 논의가 예상되지만, 대외 변수도 만만치 않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한국 기업에 대한 관세 리스크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중심의 투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관세 이슈와 글로벌 고금리 환경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책 방향과 시장 반응을 좀 더 지켜본 뒤, 투자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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