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6656_681619_4030.jpg)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식품업계를 다시 긴장시키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 조짐을 보이면서, 물류비와 제조원가 상승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설탕, 밀, 카카오 등 주요 원재료 가격도 들썩이며 '트리플 악재'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경기 회복에 맞춰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식품업계는 하반기 실적 전망에 다시 한번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7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달러4.94(7.26%) 오른 배럴당 72.98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물 브렌트유는 4.87달러(7.02%) 상승한 배럴당 74.23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한 데 따른 여파로, 중동 전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특히 국제 에너지 흐름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장은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업계에 있어 직접적인 비용 상승 요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급등은 물류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동시에 플라스틱·포장재 원가도 상승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배가된다"고 전했다.
식품업계에 또 하나의 변수는 국제 곡물 및 원재료 가격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설탕과 밀, 카카오 등 주요 식품 원재료 선물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200% 이상 상승, 톤당 1만2931달러에 도달하면서 초콜릿 업계에 직격탄이 된 바 있다.
설탕과 밀도 글로벌 생산량 감소와 물류비 상승의 영향으로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유가 상승이 겹치면 원재료 조달단가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상반기에는 지난해 연쇄적인 원가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효과와 소비 회복으로 실적 개선 조짐이 감지됐지만, 중동발 악재가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 실적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현재로선 소비자 가격 인상보다 내부 대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당장 가격을 올리긴 어렵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불가피하게 소비자 전가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수입 계약 구조 조정, 장기 구매 계약 확대, 재고 확보 선제 대응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의 원가 상승은 곧 생활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이미 가공식품 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으며, 식품업계의 연쇄 가격 인상은 민생 부담으로 직결된다.
정부는 현재 '생활물가 안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환율 상승과 유가 급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친 상황에서는 가격 통제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M증권 리서치본부는 "중동 갈등이 지속되면 관세 외에도 유가·물류비 상승이 기업 마진을 압박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물가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당장 체감 충격은 크지 않지만,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실적과 가격 정책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라면업체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르면 향후 원가 인상 요인이 누적되면서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금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수위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도 "중동 불안이 계속될 경우 주요 원재료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탈 수 있다. 하반기 성수기를 앞두고 기업마다 대응 전략을 새로 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