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석유공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6736_681706_5324.jpg)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며 해상운임과 국제유가가 급등, 우리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제조 원가 상승은 물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와 실적 악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는 전쟁 긴장감 고조로 10%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70달러 선을 회복했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당초 이란이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소식에 일시적으로 유가가 2%가량 하락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사태를 이유로 조기 귀국하면서 중동 긴장이 재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유가 상승은 국내 산업계에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글로벌 불황과 미국발 관세 여파로 이미 허덕이는 상황에서 유류비 부담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유가가 10% 오를 경우 제조업의 비용이 평균 0.67%, 전 산업 평균 0.38% 증가할 것으로 내다 봤다.
특히 물류비 비중이 큰 전자·가전업계의 부담은 더욱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해상운임 상승으로 각각 2조9602억원, 3조1110억원의 물류비를 지출했다. 전년대비 각각 71.9%, 16.7%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1분기에만 두 기업의 물류비는 총 1조4250억원에 달했다.
TV·세탁기·냉장고 등 부피가 큰 제품은 대부분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해상운임 변동에 민감하다. 지난달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넉 달 만에 2000선을 돌파했으며, 중동 전쟁 여파로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동 리스크에 대비해 물류 경로 다변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정유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통상 유가 상승은 정유사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처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급등은 예외다. 수요 위축과 원유 조달 불안이라는 이중 리스크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부담이 크다. 나프타 가격 상승이 곧 원가 인상으로 이어져서다.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이미 수익성이 위축된 가운데 유가 급등이 겹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운·항공업계도 연료비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연료 가격이 수익성에 직결되는 구조상, 전쟁 장기화 시 영업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출처=각 사 제공]](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6736_681708_5351.jpeg)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는 월간 배럴당 6달러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 봉쇄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국내 화학·정유 업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주요 전략 요충지"라며 "전면 충돌로 해협이 봉쇄될 경우 공급망 차질로 유가 폭등, 인플레이션 가속, 금리 인하 기대 소멸 등 복합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산업계도 당분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인 만큼, 유가와 해상운임 급등에 따른 비용 구조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물류 경로 다변화와 현지 생산 확대 등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이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