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이 1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일본 경제 대전환' 출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EBN]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이 1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일본 경제 대전환' 출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EBN]

우리금융이 저출생과 고령화,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구조적 대전환에 대한 해답을 일본에서 찾고 나섰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금융과 기업 경영에서 어떤 혁신을 시도해 왔는지를 다룬 전략 보고서 '일본 경제 대전환'을 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보고서는 일본의 자산관리 변화, 금융회사의 생존 전략, 메가뱅크의 디지털 전환과 같은 사례를 토대로 한국 금융의 구조 개편 방향을 제시한다.

일본은 고령화가 일찍 진행되면서 자산관리 패러다임이 우리나라 보다 일찍 진화했다. 일본은 이미 부의 고령화, 은퇴 후 자산관리, 노후 빈곤, 치매 리스크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탁·연금·보험의 결합 모델을 발전시켰다.

일본은 디플레이션 탈출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재정과 통화 공존한 성장전략 뒷받침됐고 총리가 바껴도 이 같은 정책 기조는 계속 이어졌다. 그결과 니케이지수는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집값도 우상향해 금융업 수익성이 높아졌다. 

특히 일본 신탁은행은 유언대용 신탁, 후견신탁 등 고령자의 인지·의사결정 리스크를 반영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자산을 퇴직 이전부터 관리하는 사적연금 ‘iDeCo’(개인형 확정기여연금)는 현재 400만 계좌를 넘기며 노후 준비의 대표 모델로 정착했다.

간병 보험도 진화 중이다. 일본 보험사들은 임직원 대상 간병비용 보장보험, 간병휴직 소득보상보험 등 기업 단위 복지 연계형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복지확대와 고령친화 금융 설계에 직접 적용 가능한 포맷이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박정훈 우리금융연구소 대표는 "고령화로 새로운 자산관리 이슈 만들어졌다"며 "고령층 자산관리 장기화. 자산 소유 장기화. 다음세대로의 이전이 지연 등"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3대, 금융 글로벌 사업 비중 50%로 확대

일본의 메가뱅크들도 장기 불황을 넘어서며 생존에 성공했다. MUFG, SMFG, 미즈호 등 3대금융그룹의 순이익은 2023년 기준 3조1000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글로벌 사업 비중 확대다. MUFG, SMFG, 미즈호 등 일본 3대 금융그룹은 해외 총영업이익 비중을 2006년 15%에서 2023년 50%로 끌어올리며 ‘해외 중심 생존 모델’을 구축했다. 저성장 내수에 얽매이지 않고 해외 대출·자산관리·핀테크 투자에 나선 결과다.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이라는 신개념 ESG 금융에도 적극적이다. 전환금융은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산업 자본을 지원하는 구조다. 미즈호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조 엔 규모의 전환금융을 집행했다. 일본 주요 전력사 12곳 중 11곳의 주채권은행 역할을 맡고 있다.

디지털 전환 부문도 주목된다. MUFG는 ‘MODE’(Openly-connected Digital Ecosystem)라는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해 아시아 전역의 핀테크 기업과 연계하고 있으며 자체 플랫폼을 통해 '핀테크 포식자'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의 스타트업 유치 정책도 디지털 역전의 발판이 됐다.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일본 금융권은 고령자·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보수적인 조직체계에 변화를 줬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육아휴직자의 동료에게도 ‘응원 수당’을 지급하고, 미즈호금융그룹은 직원들의 부업과 겸직을 허용하는 등 '투잡 은행원' 문화를 제도화했다. 한때는 기업 문화가 우리나라 기업보다 뒤쳐져 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전환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은 이번 보고서를 기반으로 ▲시니어 고객 특화 상품 개발 ▲노후 자산관리 ▲보험금 청구권 신탁 등 고령사회에 특화된 통합 금융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동양·ABL생명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고령층 금융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고령자·유병자 대상 상품개발과 돌봄·노후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고령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고, 보험금 청구권 신탁상품으로 유가족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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