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D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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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장대' 산업이 반등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선박 시장의 오랜 불황과 원전정책 대전환 속에 사업 부침을 겪었던 중공업 분야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친 뒤, 글로벌 시장의 수혜를 타고 재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와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증시에서 각각 그룹 시총 100조 돌파와 코스피 시총 10위권 진입이라는 이정표를 세우며, 한동안 저평가됐던 조선·에너지 산업의 본류에서 기술력 기반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달 말 그룹 산하 상장사 10곳의 시가총액이 102조 원을 기록하며 ‘100조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말(77조7000억 원) 대비 약 25% 증가한 수치다. 조선업 슈퍼사이클 본격화와 전력기기 호조 등 계열사 전반의 실적이 뒷받침됐다.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HD한국조선해양 등 조선 3사의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다. 조선·해양 부문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영업이익 8952억원, HD현대중공업은 전년 동기 대비 1936% 증가한 4337억원을 기록했다. 고부가 LNG선 수주 증가와 선가 상승이 실적을 견인했다.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전력기기·선박서비스 계열사도 기술력 강화와 해외 수주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익구조는 조선 중심에서 전력·중장비·스마트솔루션까지 확장되며 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HD현대 외에도 조선업계의 증시 활약은 뚜렷하다. 한화오션을 보유한 한화그룹 역시 시총 100조원을 넘었고, HD현대중공업(11위), 한화오션(17위), HD한국조선해양(19위) 등 주요 조선사들이 코스피 시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최근 들어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와 선가 상승, 고부가 선박 건조물량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이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한미 조선 협력 확대와 해양방산 수요 증가 등 정책 수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중후장대 기업들이 과거 구경제 업종에서 미래 성장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 들어 주가가 230% 이상 급등하며 지난 16일 코스피 시총 10위권에 진입했다. 시총은 38조원까지 확대됐다. 글로벌 원전 투자 확대와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개화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의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 기업이다. SMR, 수소터빈, 탄소포집 등 미래 에너지 기술도 갖추고 있다. 회사는 최근 최종계약이 성사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동·베트남 등지의 가스복합 발전소 공사도 잇따라 수주 중이다.

증권가는 중후장대 산업 전반의 증시 반등을 산업 구조 재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고금리·저성장 시대에 제조업 기반 대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는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중심으로 조선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최근 해양방산과 특수선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며 "조선과 방산 중심의 글로벌 슈퍼사이클이 기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증기터빈 저압부 로터. [출처=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 증기터빈 저압부 로터. [출처= 두산에너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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