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홍보관 찾은 조합원들[출처= HDC현대산업개발]](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7611_682747_2637.png)
22일 주말, 서울 도심의 마지막 대규모 정비사업지로 꼽히는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에 건설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오랜 시간 개발 논의만 반복되며 '잠든 땅'으로 불렸던 이 부지의 첫 삽을 누가 뜨느냐에 따라 서울 도심의 도시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
시공사가 선정되는 이날 총회 직전까지 분위기는 일방적이었다. 시공 실적, 재무 안정성, 브랜드 인지도에서 앞서 있는 포스코이앤씨의 우세를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역 내 이해관계자들과의 접점, 행정기관과의 장기 협업 경험까지 고려하면, 공공-민간 연계형 정비사업의 대표 주자로 포스코이앤씨가 낙점되는 건 당연해 보였다. 일각에선 시공사 경쟁이 '형식적인 절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이날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 재개발조합이 실시한 조합원 투표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250표를 얻어 포스코이앤씨(143표)를 큰 표차로 누르고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총 조합원 437명 중 절반 이상이 HDC현산의 손을 잡은 것이다.
총회장은 술렁였다. 그리곤 "어떻게 뒤집은 거지?"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시공사 선정 발표 후 HDC현산 실무자들의 탄성과 환호가 이어졌다 [사진=이승연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7611_682748_2734.jpg)
일각에선 HDC현산이 낮게 제시한 공사비가 승부를 갈랐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HDC현산은 3.3㎡당 공사비 858만원을 제안해 포스코이앤씨(894만원)보다 약 36만원 낮췄다. 여기에 이주비(최대 20억원), 공사 기간(42개월), 금융 조건(CD+0.1%) 등에서도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수치보다 기획력과 도시 해석이 판을 바꿨다고 해석하고 있다. HDC현산은 이번 사업을 단순한 주택 재개발이 아닌 '도시 설계'로 접근했다. "이곳이 어떤 도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전략이 출발했다. 기존 정비사업이 공사비와 일정, 브랜드 중심의 경쟁이었다면, HDC현산은 도시적 해석력과 기획의 서사에 방점을 찍었다.
용산은 서울 동서를 가로막는 철도 기반시설 위에 놓인, 도시 구조상 단절된 지역이다. HDC현산은 이 부지를 단순한 아파트 단지가 아닌, 서울 도심의 흐름을 재구성할 전략적 축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제안서에는 도시 시뮬레이션 기반의 마스터플랜이 담겼고, 건축 배치나 상업시설 계획보다 앞서 도심 보행 흐름, 교통망 연계, 문화축 확장 가능성, 청년·고령층의 생활 편의성 같은 요소들이 정교하게 분석·반영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하철 1호선, 4호선, 신분당선, GTX-B를 연결하고, 용산역 전면공원의 지하를 복합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용산역 전면공원 지하공간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출처=HDC현대산업개발]](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7611_682749_293.jpg)
특히 단지와 용산역·신용산역을 직접 연결하는 지하 통합 동선 계획이 주목을 끌었다. HDC현산은 자사가 사업권을 확보한 용산역전면 공원 하부 공간을 활용해 지하 보행통로와 지하차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단지 내부 흐름뿐 아니라, 지역 간 연계를 도모하는 도시 구조적 해법으로 평가받았다.
상징 자산 구축 전략도 호응을 얻었다. HDC현산은 자회사 호텔HDC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 파크 하얏트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단지 내 고급 호텔 유치를 제안했다. 조합 재정부담 없이 시공과 운영이 가능한 구조로, 단순 제안이 아닌 실행 기반까지 갖춘 계획이었다. 조합원들은 "실제 입점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 재개발 투시도[출처= HDC현대산업개발]](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7611_682750_2945.jpg)
무엇보다 조합원들을 움직인 건 수주 과정 내내 보여준 HDC현산의 '언어'였다. HDC현산은 실적과 수치, 브랜드보다 '기획'과 '일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도시라는 유기적 시스템 속에서 삶의 질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방향성이 조합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한 조합원은 "기술보다 도시를 상상했고, 누군가의 하루를 그렸다"는 말로 HDC현산의 제안을 평가했다. 수치가 아닌 상상력, 검증된 모델이 아닌 새로운 기획이 표심을 자극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 경쟁의 방식 자체를 바꾼 사례로 평가된다. 실적 중심의 정면 승부에서 벗어나 도시를 해석하는 관점과 기획력으로 판을 바꾼 전략이었다.
현재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은 여전히 철제 펜스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내부에서는 조용히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용산의 내일을 설계하는 첫 선. 결국 HDC현산이 그 선을 긋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