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7621_682751_3550.png)
석유화학 업체들이 사업부 분리 매각 등을 통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비주력 자산을 털어내며 소위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국내 산업 특성상 기업들의 직접적인 대규모 인력 해고가 쉽지 않은 만큼 자산과 지분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선 모습이다.
23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위치한 연면적 5775㎡(약 1700평) 규모의 수처리 분리막 생산 공장을 시노펙스멤브레인에 매각한다. 시노펙스멤브레인은 국내 필터 생산 업체인 시노펙스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다. 매각 금액은 비공개로다. 두 기업은 다음 달 중 거래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올 상반기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에셋라이트(자산 경량화)를 통한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약 1조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파키스탄 소재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 판매 자회사인 LCPL 보유지분 75.01% 전량을 매각해 약 979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 지분 25%를 활용해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외에도 지난 3월에는 일본 소재 기업 레조낙 지분(4.9%)을 275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인 LCLA 지분 40%를 활용해 6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말레이시아 내 합성고무 생산 회사(LUSR)도 청산했다.
매각을 통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비단 롯데케미칼 뿐만은 아니다. 앞서 LG화학은 첨단소재사업 본부 내 수처리 필터 사업을 사모펀드인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에 1조4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LG화학은 매각 결정 배경을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신약 등 회사의 3대 신성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정치계에서는 글로벌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경쟁력이 악화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살리기 위한 법안을 내놓고 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여수갑)은 지난 11일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석유화학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기업 간 생산량 논의 시 공정거래법 적용 배제'를 비롯해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전기요금 감면' 등의 조항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과거 일본처럼 정부 주도하의 구조조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일본은 1970년대 예외적으로 독점금지 법 적용을 배제하며 정부 차원에서 구조재편 관련 정책을 지원했다. 1980년대에는 효율적 설비로 생산집중과 과잉 설비 처리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 이후부터는 그룹 내 합병 혹은 사업 부문별 분리·통합을 통해 점유율을 점차 늘려나갔고, 2010년대부터는 범용 부문 설비 통폐합과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국내 업체의 사업부 정리·매각 사례가 일부 확인 되고 있으나 구조 재편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석유 화학 업계의 대응은 업체 통합을 통한 내수 경쟁 완화, 신사업 확장 등으로 요약된다"며 "이 과정에 일본 정부의 정책 보조도 함께 이루어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