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궁과 월지 야경. [출처=하나투어]
경주 동궁과 월지 야경. [출처=하나투어]

한국이 아시아 주요 관광 목적지 가운데 인지도와 선호도 모두 2위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일본과의 격차는 절반 이하로 좁혀졌고 외국인 방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 중이다.

하지만 이는 ‘수치상의 착시’일 뿐 실질적 경쟁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 편중, 지역 인프라 부재, 체류형 관광 부진 등 구조적 문제는 일본을 따라잡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2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 ‘2024 잠재 방한 여행객 조사’에서 한국은 관광 목적지 인지도 46.8%로 2위를 차지했다. 일본(52%)과의 격차는 지난 2022년 10.2%p에서 5.2%p로 줄었고, 선호도 격차도 19.2%p에서 12.8%p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는 ‘이미지’ 중심의 조사로 실질 수요나 체류 시간, 소비 규모 등 질적 측면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관광객 수에서 지난해 일본은 3687만명, 한국은 1637만명으로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다. 이는 2014년 양국 모두 1300만명대였던 수치와 비교하면 한국의 상대적 정체가 뚜렷하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 언론 노출이나 K-콘텐츠 열풍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뿐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거나 지역으로 수요를 확산시키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2023년 기준 방한 외국인의 80.3%가 서울을 방문했다. 이는 한국 관광이 여전히 수도권 의존형 산업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반면 일본은 수도 도쿄뿐 아니라 홋카이도·규슈·시코쿠 등 지방 도시까지 고르게 수요가 분산돼 있다.

특히 외국인 개별여행(FIT)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서울 이외 지역은 교통·언어·인프라 모두에서 취약하다. KTX와 같은 고속철도망은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에만 편중돼 있으며, 지방 공항은 국제노선이 부족하거나 관광지와 연계가 미흡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K-콘텐츠’ ‘K-푸드’ 마케팅에 기대는 단기 유인책 위주의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분산을 위한 교통 연결, 콘텐츠 다양성, 숙박 인프라에 대한 중장기 전략은 미흡한 상태다.

여행업계 측은 K-관광이 여전히 외형 중심, 일회성 소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BTS, 드라마, 먹방 유튜브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더라도 재방문율과 체류 일수는 낮은 편이다. 이는 쇼핑·한류 콘텐츠 중심의 편중된 경험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본의 도보 여행, 온천 체험, 로컬 축제 등 생활 밀착형 관광 콘텐츠와는 확연히 다르다.

한 지역관광 전문가는 “한국은 도시형 소비 관광은 성공했지만 지역으로의 경험 확산에는 실패했다”며 “지방에서도 스토리텔링 가능한 관광 자산을 발굴하고, 교통·언어·결제 등 인프라를 갖춰야 ‘지속 가능한 관광 국가’로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국 관광이 일본을 넘어서는 ‘질적 도약’을 이루기 위해선 서울 중심 구조를 해체하고 전국 단위의 관광 분산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관광객 수 늘리기’가 아니라 관광을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구조로 바꾸는 국가적 과제다.

올해 한국관광공사 등은 외국인 관광객 1850만명 유치가 목표지만 그 이면에는 편중된 소비 구조와 한정된 콘텐츠, 낙후된 지방 인프라가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양적 수치보다 내실 있는 체류형 관광 기반 구축과 지방 분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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