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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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수요 억제 조치에 들어갔지만 가계빚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행 총재와 시중은행장들이 머리를 맞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주요 은행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금 속도대로라면 다음달 기준금리도 동결에 무게가 실릴수 밖에 없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열리는 은행연합회 정례이사회 직후 만찬에 참석한다. 이달 들어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한은 통화 정책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날 은행권 정례 이사회는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이사회인 만큼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 중에서도 가계대출 억제 방안이 최대 쟁점이자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증가세라면 한은으로서는 당장 다음달 10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0%대 경제 성장 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단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은행·금융당국의 경고와 일부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 등에도 가계대출 증가세에는 백약이 무효한 모습이다. 가계대출은 이미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불었던 작년 8∼9월 직전 수준에 이르렀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5월 말보다 3조9937억원 불어났다. 

하루 평균 약 2102억원씩 증가한 꼴인데,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주담대와 신용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 빚을 키웠다.

이 속도 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6조3000억원 정도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와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다. 7월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앞두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 증가세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월간 증가 규모가 역대 최대였던 작년 8월(9조6259억원) 이후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빚투로 자산 증식 기대심리…"부동산 공급책 나와야"

이미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억제 카드를 꺼낸 가운데서도 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만큼 금융권 긴장도가 커지고 있다. 특단의 초강수가 아니면 대출이 억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은 강도높은 조치가 현실화되기 전에 부동산을 매수해야 한다는 심리가 맞물리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일부 은행의 경우 우대금리 조건을 까다롭게 바꾸는 등 수요 억제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그럼에도 현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다른 은행들도 더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더나 올리거나,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한도를 축소하는 조치 등이 대책으로 거론된다.

1주택 세대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막고 결국 무주택자에게만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로벌 금리 하락과 부동산 시장 호조, 새 정부의 증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대로면 한은이 내달 금통위에서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지난 5월에는 0%대 성장과 극심한 경기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일단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를 감안하면 이번 금통위는 금리 동결로 한 차례 쉬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총재도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수도권 구체적인 주택 공급안 나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올라가는 데 기대심리가 많이 작용했다"며 "공급에 대한 불안, 소위 '믿지 못하겠다'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공급안이 수도권 지역에서는 더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리 인하기에 인위적으로 대출 억제해 부동산 시장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영끌로 집을 매매하고, 레버리지로 증시에 투자해 자산을 증식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출 억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 유동성이 증가하는 시기에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더욱이 코로나19 시기에 빚투를 통해 자산을 확대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이번 사이클이 기회라고 보고 있는 만큼 인위적인 억제책은 양극화만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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