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유지된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종료를 위한 유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유통 생태계 내 갈등 해소나 소상공인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오픈AI]
14년간 유지된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종료를 위한 유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유통 생태계 내 갈등 해소나 소상공인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오픈AI]

‘14년 묵은 규제’로 불리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제한 조치가 오는 11월 일몰을 앞두고 다시 정치권 테이블에 올랐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SSM에 대한 출점 및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규제를 종료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단순히 ‘규제를 풀자’는 명분에만 집중돼 있고, 유통 생태계 내 갈등 구조나 소상공인·가맹 자영업자의 실질 피해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 의원이 제안한 개정안의 핵심은 11월 23일 종료되는 SSM 규제 유효기간에 맞춰 관련 규제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전통상업보존구역 관련 조항만 3년 연장하되 출점 제한과 영업 제한, 의무휴업일 규제는 원칙적으로 없애자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과 오프라인 침체 흐름 속에서 기존 규제는 오히려 지역 상권 위축과 유통 양극화를 가속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SM이 과연 ‘대형마트의 피해자’인지, 아니면 ‘골목상권의 침투자’인지에 대한 본질적 평가 없이 이뤄지는 규제 완화는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편의성 확대와 시장 정상화라는 명분 뒤에는 결국 대형 유통 자본에 의한 상권 집중화가 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유통업계는 즉각 반겼다. 출혈 경쟁과 소비 위축 속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GS더프레시·롯데슈퍼·홈플러스익스프레스·이마트에브리데이 등 국내 SSM 4사의 전국 점포 수만 1433개에 달해 규제 완화 시 체감 효과가 분명히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대다수 점포가 가맹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대형 유통업체의 회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저 수익 보장 없이 경쟁에 내몰리는 가맹 자영업자에 대한 책임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출점과 영업시간의 자율성이 확대될 경우 기존 동네마트·편의점과의 가격경쟁이 심화되며 자영업 전반의 이익 분포가 더욱 왜곡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규제 강화 법안과도 충돌한다. 윤준병 의원은 SSM 규제를 5년 연장하자고 주장했고, 같은 당 오세희·송재봉 의원은 대형마트 휴업일 의무화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규제 완화와 강화가 정반대로 충돌하는 현재 상황은 결국 유통업계의 구조적 개편보다 정치적 프레이밍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비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이익 균형보다는 표를 의식한 제스처가 우선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통법이 도입된 지난 2010년 이후 SSM 규제의 실효성과 지역 상권 보호 효과에 대해서는 정부·지자체 차원의 객관적 재평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 유통 정책 전문가는 “SSM 규제를 폐지할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유통 구조의 과밀화, 권역별 상권 과포화, 가맹점 수익 불균형 등 본질적 문제 해결”이라며 “정치권은 ‘완화냐 강화냐’의 이분법을 넘는 설계 중심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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