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지난해까지 이어오던 고속 성장세를 멈추고 ‘성장 딜레마’라는 벽에 부딪혔다. [출처=EBN AI 그래픽 DB]
편의점 업계가 지난해까지 이어오던 고속 성장세를 멈추고 ‘성장 딜레마’라는 벽에 부딪혔다. [출처=EBN AI 그래픽 DB]

편의점 업계가 지난해까지 이어오던 고속 성장세를 멈추고 ‘성장 딜레마’라는 벽에 부딪혔다. 백화점을 제치고 유통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넘보던 편의점 업계마저 주춤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 전반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2~3월 이후 약 5년 만에 기록된 첫 감소세다. 팬데믹 기간 중에도 꾸준히 성장했던 편의점 매출이 하락 전환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편의점은 최근까지도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주목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백화점을 제치고 유통업계 매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고, 접근성과 즉시성을 무기삼아 쿠팡 등 온라인 채널에 대적할 유일한 오프라인 업태로 꼽혀왔다.

그동안 외형 성장을 위해 편의점 기업들이 고수해온 공격적인 출점, 제품군 확대 전략 덕분이었다. 업계는 매장 수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점유율과 매출이 오를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을 했던 동시에 스낵과 음료 판매를 넘어 간편식, 신선식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확대하며 종합 생활플랫폼으로 진화하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결국 ‘상권 과포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됐다. 사실 지역별 상권 과포화로 인한 신규 매장 간 매출 잠식이나 점포당 수익성 악화 문제는 오래 전부터 계속 곪아가고 있던 문제다. 그럼에도 외형상으론 업황 성장세가 유지됐던 덕에 편의점들은 같은 전략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무분별한 제품군 확장은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유사한 형태로 변질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마련된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 리스크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결국 편의점 업계는 성장 가속화 전략의 부작용에 스스로 발목을 잡힌 셈이다.

업계 전문가 대다수는 국내 유통업계의 최후 보루처럼 여겨졌던 편의점마저 성장세가 이미 정점을 찍고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보며, 사실상 오프라인 채널들이 온라인 채널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명확해진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이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업태별 매출 구성비는 백화점 17.4%, 편의점 17.3%, 대형마트 11.9%, SSM 2.8% 등으로 집계됐다. 오프라인 채널들은 소폭의 점유율 차이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온라인 채널은 같은 기간 51%의 비중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격히 가속화된 온라인 소비 트렌드는 팬데믹 이후에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모바일 기반 쇼핑, 새벽배송, 즉시배송 등 혁신 서비스들이 온라인 채널의 우위를 더욱 견고히 만들고 있다.

편의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채널들이 단순히 출점 확대나 가격 할인으로 대응하는 전략은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특히 소비자들은 가격뿐만 아니라 편의성, 새로움, 차별화된 경험을 원하고 있어, 오프라인 채널이 과거 방식대로 성장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업계가 생존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 상품 판매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을 넘어, 커뮤니티 허브, 로컬 거점, 디지털 기반 서비스 플랫폼 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편의점 브랜드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무인 결제 시스템, 모바일 주문 및 픽업 서비스, 개인화된 프로모션 제공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업계 전반에 걸친 혁신으로 확산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편의점은 오프라인 접근성과 전국 네트워크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과 연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편의점 역시 온라인과의 대결 구도 자체를 넘어 오프라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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