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EBN]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EBN]

올해 상반기 국내 펀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하반기에도 ETF, 퇴직연금 펀드로 자금이 계속 유입돼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제도 변화가 펀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와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펀드 시장 전체 설정원본(설정액)은 1174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2.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같은 기간 성장률 보다 3%p 높은 것이며, 2015년 이후 10년 평균 상승률 8.5%보다 높은 수준이다.

ETF가 여전히 펀드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 유동성 증가에 따라 MMF(머니마켓펀드)와 금리 인하기 채권형 펀드 투자가 상반기 동안 각각 32.%, 21.9% 늘었다.

하반기에도 펀드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고 정부의 자본시장 체질 개선 정책이 꾸준히 진행되는 만큼 ETF를 중심으로 한 투자는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당 과제 관련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배당주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고배당 펀드 관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퇴직연금 관련 상품도 펀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상반기 퇴직연금 공모펀드로 4조1017억원이 이동했다. 이는 해외주식형 ETF(11조7608억원), 국내채권형 ETF(7조7486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퇴직연금 관련 상품이 디폴트옵션(사정지정운용제도)을 비롯해 본격적인 제도시행에 다른 성장세가 전망되는 만큼 하반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2023년 7월부터 디폴트옵션이 본격화 되면서 관련 적립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 가량으로 3년 연속 13%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원리금보장형 상품에서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 적립금 중 실적배당형 비중은 2022년 11.3%에서 2024년 17.5%로 늘었다.

다만 여전히 원리금보장형에 80% 이상 묶여 있어 수익률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화두다. 이에 새 정부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디폴트옵션에서 예·적금을 제외하는 방안, 위험자산 투자 비중 70% 제한 규정 완화 등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가 국민연금공단이 기금을 운영하는 것처럼 퇴직연금 기금형 도입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 연구원은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가 본격 시작되고 운용자산의 위험자산 비중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향후 논의 결과에 따라 펀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될 수 있다”고 지속적인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퇴직연금 관련 제도 변화 가능성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원리금보장상품 제외나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보완 등이 이루어진다면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머니무브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기금화가 현실화되면 증권사의 퇴직연금 사업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됐으나 애초에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되고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70%로 제한돼 있는 것이 말이 안 됐다”며 “연금 투자는 복리가 중요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미 상당히 늦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실적배당형 상품들을 적극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기금화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에 대해 증권사에서는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은 민간 금융사가 관리하고 운용하지만 기금화가 되면 증권사들이 지속적으로 육성해온 퇴직연금 사업이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하지만 퇴직연금 기금화가 연기금 수익률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폴트옵션, 실물이전 제도를 도입했으나 이제 시작 단계고 개선해야 할 점도 분명하다”며 “먼저 선행된 정책들을 개선해 나가면서 효과를 살펴야 하는데 일단 새로운 제도부터 도입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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