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주최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 정책 심포지엄에서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출처= 최수진 기자]
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주최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 정책 심포지엄에서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출처= 최수진 기자]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 노후자산 증식을 위해 배당 등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을 시사하고 있어 노후자산의 중요 축인 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연금 핵심 축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 사회안전망이자 자본시장의 중추적 투자자이나 고령화·저출산 심화에 재정 지속가능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퇴직연금도 적립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원리금보장 상품에 편중돼 운용 수익률이 낮아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주최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 정책 심포지엄에서 정부, 학계, 유관기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유연성 확보와 퇴직연금의 기금형 전환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모두의 존엄한 노후를 위해 세대 간 형평성과 연대를 실현하며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확대개편 등 퇴직연금의 단계적 대형화를 통한 수익률 제고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더불어민주당도 정부, 학계, 업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연기금의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들께서 믿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전문가인 이스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도 이날 “지난 4월 이루어진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더불어 기금수익률 제고 노력이 병행되면 기금규모는 최대 약 3600조원까지 확대돼 기금 소진 시점도 최대 2071년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연금이 최근과 같은 좋은 운영성과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며 “기금규모가 향후 국내 총 GDP 대비 60%를 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기금운용의 유연성이 약화되는 것은 불가피하고 국내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유연한 자산배분을 위해 도입한 기준포트폴리오를 현재 대체투자에만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적용 자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글로벌 분산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해외사무소의 역할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주최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 정책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주최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 정책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학계에서도 국민연금의 운용 유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기금의 대형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세부자산군에 대한 경직된 자산운용체계는 막대한 거래 비용을 유발시켜 비효율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에 앞서 “국민연금은 다른 주요 연기금 대비 위험자산, 대체투자 비중이 낮은 반면 국내 투자 비중은 높은 상태”라고 현 상태를 진단했다.

그는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 체계(TPA)를 사용한 기관은 연평균 0.5~1% 내외의 수익률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기준포트폴리오 활용 자산운용의 유연성 확보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준포트폴리오를 도입하면 위험자산 70%, 안전자산 30% 등 위험선호 비중을 큰 틀에서 정하게 돼, 그동안 개별 자산군별로 투자비중을 할당하는 것에 비해 자산운용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올해 대체자산에 대한 기준포트폴리오 체계를 도입했다. 이를 주식, 채권 자산권에 확대해 투자 유연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윤 교수는 “연기금의 국내자산에 대한 투자편향현상이 관측되고 있어 이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SCI 올컨트리 월드 인베스터 마켓 지수(MSCI ACWI IMI)에 한국 비중은 1.3%에 밖에 안 되는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28% 가량에 달한다.

윤 교수는 “국내 주식은 원화로 수급되기 때문에 달러 기반의 미국주식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한국주식의 변동성이 20% 정도라고 할 때 환 효과를 고려했을 때 미국 주식은 10~15%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자산 투자편향 해소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연금 고갈 우려에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 방안도 더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을 통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디폴트옵션 상품에 원금보장형 상품이 포함돼 있어 여전히 퇴직연금의 적립금 상당수가 원금보장형에 묶여있는 상황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구조 효율화 방안에 대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상호보완적인 역할이 강조된다”며 “개인이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DC형은 현재 왜곡된 구조로 실행되고 있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개선하고 기금형 지배구조 도입을 통해 집합운용DC 방식의 적립금 운용을 정책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같은 집합운용DC와 호주의 슈퍼에뉴에이션 같은 디폴트옵션 중심의 IDC가 모두 가능하며, 수탁법인의 형태는 비영리형과 영리형이 모두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0인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에 대한 강제적 제도일원화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DC형 위주의 이들 근로자에 대한 집합운용DC 개념의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며 “국민연금공단이 운영하는 퇴직연금기금은 중소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부가되는 공공형 기금으로 포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증권·자산운용사들로 대규모 머니무브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투자회사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 필요성은 굉장히 공감하고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단계적으로 진행돼야지 단기간에 공적 기금이랑 민간금융사의 운용 방식을 선택하라고 하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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