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래 장거리 물류를 위한 무인 운송 시스템 모빌리티인 ‘트레일러 드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래 장거리 물류를 위한 무인 운송 시스템 모빌리티인 ‘트레일러 드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수소에너지는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활성화하고 기후 변화 해결에 기여할 것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오는 2040년이 수소에너지 대중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같이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조치가 점차 강화됨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 수소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수소 분야에 10년간 5조7000억원가량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또한, 수소 벨류체인 브랜드 'HTWO'를 출범해 그룹 내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한, 현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수소 에너지 기술 사업 역량 강화 및 수소 생태계 구축 사업 '에너지 모빌라이저(Energy Mobilizer)' 전략에 총 5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수소전기차(FCEV) 본격화 위한 차세대 연료전지 개발 및 수소 생태계 구축 ▲수전해 등 신기술 개발 ▲연료전지 생산공장(중국 HTWO) 설비 투자 ▲수소 벨류체인 사업화(생산/운송/저장/활용) 등에 10년간 투자를 이어간다.

현대차는 수소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인수했다. 기존에는 수소연료전지사업 연구개발(R&D)과 생산이 이원화돼 있었다. 이 때문에 의사 결정이 까다롭고, 운영 비용 등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그룹 내 수소 역량을 현대차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특히, 차세대 친환경차로 주목받는 수소전기차는 판매 단가가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예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전기차의 차량 가격, 연비 등 시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R&D 영역과 생산 영역의 벨류체인 연결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성능과 내구성, 생산 품질을 향상시키고,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HTWO [출처=현대자동차]
HTWO [출처=현대자동차]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 'HTWO'를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했다. 그룹 내 계열사의 역량을 합쳐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까지 모든 단계에서 고객의 환경적 특성과 니즈에 따른 단위 솔루션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와 협업 등이 그 예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수소 생산 모델을 실증하는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에 따라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30대를 공급했다.

나아가 트램, 선박, 경비행기, 발전기, 중장비 등 자동차를 넘어선 다양한 분야로 연료전지 시스템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개조해 만든 수소지게차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한 수소전기트램도 개발 중이다.

수소 벨류체인 [출처=현대자동차]
수소 벨류체인 [출처=현대자동차]

정 회장이 수소를 미래세대 먹거리로 꼽은 이유는 청정하고 무한하며, 세상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 및 활용이 가능하고 다른 에너지원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저장 및 수송도 용이하다.

그룹은 자원 고갈 등 글로벌 난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수소를 일찌감치 주목했다. 지난 1998년에는 수소 관련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2004년에는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 '스택' 독자개발에 성공했다. 

수소전기차 연구 15년 만인 2013년,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며 수소 사회 리더로 발돋움했다. 이후에는 수소전기버스, 수소전기 대형 트럭 등을 선보이며 글로벌 수소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미국, 스위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10여개 국가에서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과  두 차례 공식적으로 만남을 이어가며 "수소를 이야기해서 같이 좀 잘 협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키오 회장 또한 "인프라와 관련된 것은 앞으로 경쟁이라기보다는 협조라는 차원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수소라든지 그런 부분을 오늘도 여기 게러지에서 활용하고 있다"며 "그것을 정 회장이 (일본을 방문해) 보고 갔다. 앞으로도 협력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국내 수소 사업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비중이 작다면서, 글로벌 에너지 규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투자를 강조해서다.  

실제로 정부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인 전략산업 국내 생산 촉진 세제의 1호 산업으로 청정 수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생산을 유인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 첨단산업 공장을 국내에 지을 경우, 법인세 등을 감면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IRA가 현실화할 경우, 수소 산업 리더인 현대차그룹이 추가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2050년께 수소 시장 규모는 1900조원에 달하는 미래 핵심 에너지원"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은 수소위원회의 창립 맴버에 이어 공동의장을 배출할 정도로 그 누구보다 수소 에너지에 진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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