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69015_684387_5836.png)
국내 주요 기업들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상표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도입 의지가 확인된 가운데, 정식 출시 전 상표권 선점을 통해 시장 우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일 특허청 및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 등 은행권을 비롯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주요 간편결제사들이 최근 잇따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대거 출원했다.
KB국민은행은 △KRWB △BKRW △KRWH △RKWB △KBST △KBKRW 등 총 32건의 상표를 출원했다. 이들 상표는 모두 원화(KRW)와 KB를 조합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상징하는 조어 형태로 구성됐다.
신한은행도 △KRWSHB △SFGKRW △SKRW △KRSFG 등 21종의 상표를 확보했다. 특히 신한금융그룹(SFG)과 원화를 결합한 명칭을 다수 등록해 그룹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확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K-STABLE △K STABLE △KSTABLE 등 12건의 상표를 출원했다. 케이뱅크는 기존 온라인 결제·송금 인프라에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접목해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간편결제사들도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KRWNP △NPW △NWON △KRNX △KRNP 등 9종의 상표를, 카카오페이는 △KRKRW △PKRW △KKRW △KRWK △KRWKP 등 18종의 상표를 출원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KRWTOSS △KRWV △TKRW △KRVV △KTWV △TOSSKRW 등 24종을 등록했다.
특히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경우 자사의 포털·메신저·커머스 플랫폼과 결합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새로운 결제·포인트·송금 서비스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토스 역시 슈퍼앱 전략과 연계해 간편송금, 투자, 보험 등 금융 서비스 전반에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사들은 이미 수천만 단위의 가입자 기반과 결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즉각적인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며 “상표권 선점은 결제·송금·투자 등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권과 간편결제업계 전반으로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민병덕 의원이 관련 법안을 이미 발의했으며, 강준현 의원과 안도걸 의원도 입법을 추진 중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실제 서비스 출시에 앞서 상표권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라며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정부와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규제 없는 스테이블코인 허용 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의 교환이 가속화돼 자본유출과 통화정책 효과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도 핀테크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해외 주요국들도 발 빠르게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정비 중이다. 미국은 ‘GENIUS 법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공식화했으며, 유럽연합(EU)도 미카(MiCA) 규제를 시행해 발행요건과 감독을 강화했다.
업계에선 국내도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 없이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금융시장 혼란은 불가피하다”며 “상표권 경쟁보다 법·제도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