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057_685603_5659.jpg)
디지털 금융 시대가 열리면서 자산시장의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실물자산 금'의 아성에 비트코인을 앞세운 '디지털 금'이 무섭게 도전 중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팽창하고,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이름으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탈중앙화, 희소성,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일부에서는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을 대체할 잠재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반면 금융시장은 여전히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지위가 한동안은 유지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짐에 따라 금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의 존재가 오히려 실물 금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금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Paxos의 PAXG, 테더(Tether)의 XAUt 등이 있으며, 두 코인의 유통량은 7월 초 기준 약 52.5만t.oz로 집계된다. 이는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평균 금 보유 재고의 1.4% 수준으로 아직 규모는 작지만, 수요 확대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실물 금 1t.oz와 1대 1로 연동돼 발행되며, ETF나 선물 대비 수수료 부담이 적고, 양도소득세나 거래세 등 과세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투자 편의성과 보유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 디지털 자산에 익숙한 투자자층 사이에서 실물 금의 접근성을 높이는 통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서도 감지된다. 이달 초 한컴위드는 금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실물연계자산(RWA)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관련 기대감에 힘입어 증시에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실물 자산 토큰화가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금융권의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최근 블랙록, 피델리티 등 전통 금융사들이 스테이블코인 및 디지털 자산 사업에 뛰어들었고, 미국 의회에서도 관련 법안 정비 논의가 진행 중이다.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는 흐름 속에서, 금 스테이블코인은 실물 안전자산과 디지털 유통 수단을 연결하는 교두보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금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견해가 여전히 우세하다. 비트코인은 알고리즘 기반의 디지털 희소성을 갖고 있지만, 실물 사용처가 존재하지 않고 변동성도 크다. 귀금속·산업재 등 실수요 기반을 갖춘 금과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또한 금은 수천 년 동안 신뢰를 축적해온 자산으로, 현대 금융시장 안에서도 100년 이상 국제 기준 자산으로 기능해왔다. 반면 비트코인은 16년 남짓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 글로벌 금융위기나 지정학적 충격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자산 가치를 방어한 사례가 없다.
제도적 수용성 측면에서도 금이 절대적 우위를 가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자산 조건으로 ‘통제 가능성’과 ‘즉시 유동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구조로 인해 통제에 한계가 있으며 주요국 중앙은행 어느 곳에서도 외환보유고로 채택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시장의 움직임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6월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됐을 때 금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비트코인은 10만 달러 선을 하회하며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위기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선택하는 자산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결국 비트코인이 디지털 자산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후의 안전자산’이라는 자리까지 올라서기 위해선 여전히 기술, 제도, 시간이라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금은 디지털 시대에도 새로운 유통 구조와 투자 수단을 수용하며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시대가 도래한 지금도, 안전자산의 본질적 가치는 여전히 금에 머물러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래에는 비트코인이 금의 역할을 하는 날이 올 수 있겠으나,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희귀함이 금과 닮아 있긴 하지만, 금의 안전자산적 희소성까지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