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세계 금융질서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상원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고, JP모건이 기관 전용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출시하면서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지난달 17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첫 연방 차원 규제 법안인 ‘GENIUS 법안’을 통과시켰다. 100% 달러 준비금 의무, 대규모 발행자에 대한 감사, 파산 시 투자자 보호 등이 핵심 내용이다.

하원에서도 보다 유연한 구조의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계류 중이다. 상·하원 법안 모두 은행·비은행 금융사, 일반 기업 등 민간 주체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대신, 자금세탁방지(AML), 은행비밀법(BSA) 준수, 재무부 또는 통화감독청(OCC) 등록, 유동성 확보 등 엄격한 요건을 부과하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규제 주체와 강제성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상원의 GENIUS 법안은 발행 규모가 100억 달러를 초과할 경우 연방 등록을 의무화하고, 그 미만의 비은행 발행자에게는 선택적 등록을 허용한다. 반면 하원 법안은 발행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발행자에게 ‘주 또는 연방’ 등록 선택권을 부여하되, 주 규제를 따르려면 해당 주의 법과 제도가 연방 기준을 충족하거나 이를 상회해야 하며, 재무부 인증도 필요하다.

하원 법안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규제 경로를 열어주면서도 연방 차원의 안전장치를 병행하는 절충형 모델로 평가된다. 상·하원 법안이 조율을 거쳐 단일 입법으로 통합될 경우, 미국은 규제된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디지털 달러 생태계’를 본격 완성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GENIUS 법안 통과 직후 “미국이 가상자산 분야의 지배적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하원의 신속한 후속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JP모건, 기관전용 스테이블코인 출시…전통 금융의 ‘디지털 전환’

민간 부문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ENIUS 법안 통과 하루 만에 JP모건은 기관 전용 스테이블코인 ‘JPMD’를 공식 출시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JP모건은 기존에도 ‘Onyx’ 플랫폼을 통해 토큰화 자산 이체, 머니마켓펀드 유통 등을 추진해왔으며, JPMD 출시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수직계열화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JPMD는 코인베이스의 퍼블릭 블록체인 ‘Base’ 위에서 운용되며, 허가받은 기관 고객만 접근 가능한 ‘허가형(permissioned)’ 구조다. 특히 JPMD는 이자를 지급하는 예치금 토큰으로 단순한 ‘디지털 현금(digital cash)’에 머물렀던 기존 스테이블코인(USDC, USDT 등)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수익성과 유동성을 갖춘 ‘디지털 예금(deposit)’ 개념으로 새로운 형태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는 GENIUS 법안과 JPMD 출시에 대해 디지털 달러 패권 경쟁의 분수령이 열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상자산이 투기적 성격을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는 흐름 속에서 미국의 제도화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금융시장 판도를 다시 짜고 있다는 것이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GENIUS 법안과 JPMD 등장은 단순한 규제·상품 출시를 넘어 미국의 디지털 달러 전략이 전통 금융 내부에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민간 발행, 규제 친화성, 준비금 기반 신뢰 구조, 퍼블릭 체인 결제, 기관 전용 활용 등은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경제 인프라로 전환되는 핵심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미 시장은 반응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의 주가는 상장 초기 31달러에서 최근 150달러 선까지 급등했다. 아마존, 월마트, 미국 예탁결제원(DTCC)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며, 애플, X(구 트위터), 에어비앤비,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자산 보유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약 97%가 달러 기반으로 발행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미국의 법제화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JP모건의 JPMD 출시는 미국 전통 금융권이 디지털 달러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본격 신호”라며 “규제와 기술이 맞물리는 이번 흐름을 한국을 비롯한 각국도 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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