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뜨겁다. 하지만 국내 증시 만큼이나 놀라운 저력을 보여준 것은 미국 증시였다. 미국 S&P500은 지난 6월 27일 재차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직전 사상 최고치는 2월 19일 6144pt).
S&P500은 지난 4월 7일 15개월래 최저로 18% 하락한 다음 27% 반등했다. 4월 9일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유예가 강력한 반전의 계기였다. 최근 이란·이스라엘이 전쟁 12일 만에 휴전을 한 점과, 해외 투자에 대한 관세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베센트 장관의 언급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가 측면에서는 역시 테크 업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팔란티어 주가는 2월 고점 이후 40% 하락했으나, 이후 77% 올랐다.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 주가는 2월 고점 이후 48% 하락 후, 144% 올랐다. AI 관련 서버와 스토리지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Super Micro Computer 주가는 51% 하락하고, 61.2%나 올랐다. 여기에 기존의 빅테크 업체들 가운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메타, 넷플릭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주가의 복원력은 대단했다.
그런데 정작 올해 전체로 보면 미국 증시 주도주는 빅테크만은 아니었다. 올해 미국 증시에서 가장 강한 섹터는 방위산업과 전력 등 산업재였다. 예컨대 항공우주 산업을 위한 경량 금속 솔루션을 제공하는 Hownet Aerospace주가는 올해 67% 올랐다. 터빈업체 GE Vernova 주가는 연초 이후 53% 상승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흐름과 동일하지 않지만 국내 방산·전력기기·원전 업체가 주가가 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증시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세 정책의 후유증도 적지 않다. 관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애플과 테슬라 주가는 고점 대비 20% 하락했다. 이민 정책의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이민자 고용 비중이 높은 주택 건설업체와 음식료, 호텔숙박 업체 주가는 부진하다. 미국 대표적인 주택 건설업체 레나와 톨브라더스 주가는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주가도 조정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Tech 업체들 주가가 건재하나, M7이라고 하는 빅테크 주가는 예전 같지 않다. 현재 미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Tech주들은 초대형주가 아닌, 중대형주다. IT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회사들이 강하다.
올해 미국 증시에서 돋보인 기업 가운데 대표적 사례는 'Axon Enterprise'다(연초 이후 37% 상승). 이 회사는 테이져 전기충격기를 만들다가, 바디캠 등 클라우드 기반 공공안전을 다루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그 밖에 AI 기반 세금 솔루션업체 인튜이트 주가도 24% 올랐다. 사이버 보안업체 Zscaler주가도 연초 후 73% 상승했다.
미국 증시가 놀라운 것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빅테크들 때문이 아니다. 애플·테슬라·알파벳 등 주가는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증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Tech주들이 발굴된다는데 있다. 특히 트럼프 정책으로 미국 금리와 달러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막상 미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7~8월 미국 증시에 한 차례 시험이 있을 것이다. 트럼프 정책의 부작용이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에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6월 이후 정책 기대가 높아진 국내 주식시장의 악재는 어쩌면 미국 증시가 재차 강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연초 이후 지금까지 해외 주식을 19.6조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전체 13.9조원 순매수 규모를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국내 증시 분위기가 좋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투자 열풍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