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 형지의 자회사인 형지글로벌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형지코인’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69893_685400_3657.jpg)
패션그룹 형지의 자회사인 형지글로벌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형지코인’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의류 판매에 머물렀던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 결제 시스템 혁신과 외국인 소비자 유치를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해석되지만, 회사의 연속적인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 속 혁신 사업이 추진되면서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형지글로벌은 이달 초 ‘형지페이(가칭)’을 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인 ‘형지코인’ 발생 계획을 공식화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원화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시켜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자 형지글로벌이 재빨리 사업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사업은 형지그룹 오너 2세인 최준호 형지글로벌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현재 형지페이·형지코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IT 전문 인력을 영입하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측은 형지그룹이 보유한 전국 2000여 개 유통망과 600만 고객을 활용해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외국인 소비자 유치, 환전 수수료 절감, 결제 편의 향상,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형지글로벌이 점찍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국은 싱가포르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와 프레임워크가 이미 확립돼 있기 때문이며,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미비와 법제화 지연 가능성을 우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최근 최 부회장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현지 디지털 자산 보안 기업 렛저(Ledger)와 DBS은행 관계자들과 직접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형지글로벌의 이러한 움직임에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패션 업체가 단순한 의류 판매를 넘어 디지털 자산시장에 뛰어들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는 점에서 화제이긴 하나, 형지글로벌의 기본적인 실적 및 재무 상태가 코인사업을 뒷받침할 만큼 탄탄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형지글로벌은 지난 3년간 매출 하락세에다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탓에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금융비용)도 못 갚는 상태였다. 올해 1분기 들어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부채비율은 높고 만성적인 유동성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어 코인사업에 몰두할 정도의 자산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5월 형지글로벌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B+’급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해 신용등급이 낮아진 점도 악재다. 현금흐름 악화로 외상매입대금 결제조차 힘겨운 상황에서 신사업에 투입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비금융권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권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비은행권은 유동성 위기 시 대처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엄격한 사전 인허가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내에선 형지글로벌이 싱가포르에서 형지코인을 성공적으로 발행한다면 그룹의 디지털 혁신이나 내부 자금줄 확보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의 지속성은 형지 브랜드의 소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결국 본업인 패션사업의 정상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형지의 스테이블코인 도전은 전통적인 패션업계에서 보기 드문 혁신 시도임은 분명하지만 실적 부진, 재무 악화, 금융기관의 우려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본업 정상화 없는 무리한 신사업 추진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으며 단기적인 테마주 띄우기로 그칠 우려도 분명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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