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코친조선소 전경. [출처=HD현대 ]
인도 코친조선소 전경. [출처=HD현대 ]

한국 조선업계가 글로벌 전략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K-조선은 고도의 기술력과 숙련된 인력,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췄다. 글로벌 산업 재편 속에서 주요 협력국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최근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기술 및 설계 협력, 인력 교육, 글로벌 수주 공동 대응 등을 포함한 포괄적 협약(MOU)을 체결했다.

인도는 '해양산업 비전 2030'과 '암릿 칼 비전 2047'을 통해 조선 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4조 원 규모의 해양개발기금을 조성해 인프라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협약을 통해 코친조선소의 설계·구매 지원, 생산성 향상, 글로벌 품질 확보를 위한 기술 전수는 물론 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향후 인도 내수 및 해외 시장을 겨냥한 공동 수주도 모색할 방침이다.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도 산업발전과 해양안보 강화를 위해 조선소 건설에 나서며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지정학적 이점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카사블랑카에 약 3억 달러(약 4300억 원)를 투입해 21만㎡ 규모의 조선소를 조성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모로코 항만청이 주관하는 운영권 입찰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설계 및 자재, 기술 지원을 중심으로 한 협력안을 마련 중이다.

필리 조선소 전경 [출처=한화오션]
필리 조선소 전경 [출처=한화오션]

미국 역시 중국의 조선ㆍ해운산업 견제를 위한 조선업 재건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조선산업의 부활과 해상 수송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의회는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을 통해 전략상선단 확대와 동맹국과의 선박 건조 협력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으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기술력과 대형 조선소 인프라, 납기 준수 능력을 두루 갖춘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시장에 진출했다. 필리조선소는 대형 상선 건조가 가능한 미국 내 몇 안 되는 민간 조선소다. 한화오션은 이곳을 미 해군 함정과 유지·보수(MRO)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는 미국에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의 지분을 확보 중이다. 북미 방산·상선 통합 수주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이어가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시장에서 전략적 제휴 중심의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상선 분야에서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2028년까지 중형 컨테이너선을 공동 건조하는 파트너십도 맺었다.

세계 각국이 조선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특성상 기술 수준, 부품 공급망, 인력 교육까지 총체적 역량이 필요한데, 한국은 이러한 요건을 고루 갖춘 최적의 파트너로 꼽히고 있다.

한편 중국과 일본은 정부 주도로 조선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을 통합해 '국가대표 조선사' 출범을 내세웠고 중국도 세계 최대 조선 기업인 중국 국영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CSSC)와 핵심 조선 자회사 2곳의 합병해 덩치를 더욱 키운다.

국내 조선업계는 민간 중심의 독립적인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해외 진출과 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글로벌 해양 협력 체계를 주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해양 전략의 파트너십 구축이 핵심"이라며 "K-조선의 기술력과 신뢰는 글로벌 조선업 재편 속에서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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