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앞에서 ’조선노연 2025년 임단투 승리 총파업 공동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562_686193_171.jpg)
조선업계가 연쇄 파업 초읽기에 들어가며 '하투(夏鬪)'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투쟁 수위를 높인다.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마친 5개 노조가 동참 의사를 밝히며 업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 성과급 기준 개선 등 고강도 요구안을 내걸고 연대 투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주 감소와 산업 위축에 직면한 사측은 신중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임금협상 난항 속에 파업 강도를 높이며 연속적인 부분파업에 나서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11일 3시간 부분파업으로 올해 첫 쟁의행위에 돌입한 데 이어, 14일에는 16일 4시간, 17일과 18일 각각 7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산정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앞선 사측의 제시안은 즉각 반려했다.
사측은 격려금과 성과급 등을 포함한 변동급 제시안이 조합원 1인당 약 2000만원 규모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이 핵심이라며 맞서고 있다. 백호선 지부장은 지난 9일부터 판교 GRC센터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도 연대 파업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조선노연은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케이조선 등 8개 조선사 노조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5개 사업장이 이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의했다.
조선노연과 금속노조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17일까지 임단협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18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의장인 백호선 지부장은 "기업들은 초호황에 환호하지만, 노동자들은 임금·노동조건·안전 등 그 어떤 것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노동자 희생만 강요하는 현실에서 교섭은 더 어렵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강경하게 나서는 배경엔 실적 개선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1분기 HD한국조선해양은 매출 6조7717억원, 영업이익 859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2.8%, 5배 이상 증가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견조한 실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노조는 이를 근거로 실질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수주 감소에 따른 위기감 속에서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조선 빅3의 수주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든 상태다. 업계는 LNG선 발주 감소와 글로벌 경기 위축 등 '피크아웃' 위기 속에 고정비 증가와 미래 수익성 확보의 균형점을 찾고 있다.
노란봉투법 개정 논의가 정치권에서 다시 불붙었다. 또 다른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파업 손해배상 제한을 골자로 한 법안에 대해 경영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는 이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선업계 하투 전선이 산업을 넘어 정치권 이슈와도 맞물리며 진통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협상은 단순한 임금 조정을 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생각해야하는 시점"이라며 "노사 모두 현실을 직시하고, 장기적 생존 전략 속에서 협력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