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전시한 HBM4 12단, HBM3E 16단과 엔비디아의 GPU 모듈인 B100, HBM에 적용된 기술을 표현한 3D 구조물. [출처=SK하이닉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392_687182_050.png)
인공지능(AI) 시대에 핵심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생산하며 메모리 시장에서 일인자 자리에 오른 SK하이닉스 앞날에 단기적으로 쾌청한 하늘이, 장기적으로는 짙은 안개가 드리우고 있다. 고객사의 강력한 수요를 바탕으로 올해까지의 성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기술의 진화와 지정학적 변수가 맞물리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단기 전망, 흔들림 없는 성장세
현재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은 순풍을 맞고 있다.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뿐 아니라 다른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과 구글 등 자체 AI 칩(ASIC) 개발에 나선 빅테크 기업들은 SK하이닉스의 HBM을 핵심 파트너로 낙점하고 협력을 타진하고 있어 고객 기반이 더욱 두터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대중국 제재 완화로 엔비디아의 AI 칩 'H20'의 중국 수출길이 열린 점도 호재다. H20에는 SK하이닉스의 HBM3E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예상치 못했던 추가 매출 증가까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HBM 매출 성장세는 최소한 올해까지 견고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수익성과 점유율 이중고 압박
![마이크론 HBM3E 이미지. [출처=마이크론]](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392_687183_241.jpg)
다만 장기적으론 수익성과 점유율 모두 위협받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HBM 기술의 진화 방향이다. 차세대 제품인 HBM4부터는 메모리 다이 최하단에 위치하는 '베이스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한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이는 HBM 제조사가 독자적으로 기술을 완성하던 시대가 끝나고, 파운드리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의 선단 공정을 활용해 HBM4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TSMC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HBM 생산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에서 파운드리가 차지하는 역할이 커질수록, 메모리 기업의 이익률은 압박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공급망 다변화 의지도 SK하이닉스에게는 잠재적 위협이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마이크론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삼성전자의 HBM 인증 테스트를 꾸준히 진행하며 공급망 재편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메인 제품에서 삼성전자의 공급망 진입이 늦어지고 있지만, 마이크론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뺏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일본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히로시마 공장에 최첨단 D램(10나노급 6세대 D램) 라인을 건설 중이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공장에서 HBM4를 생산할 것으로 점친다.
여기에 일본이 국운을 걸고 추진하는 파운드리 '라피더스'가 본궤도에 오를 경우, 일본 내에서 '메모리(마이크론)-파운드리(라피더스)-후공정'을 아우르는 '턴키' 공급망이 완성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된다면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장기전이 문제"라며 "다가올 구조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판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