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에서 22조7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수주를 따내며 글로벌 시장 반격에 나섰다.

그간 조 단위 적자가 이어지던 파운드리 사업이 이번 계약을 기점으로 장기 부진에서 벗어날지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28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총 22조7647억6416만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12월 31일까지로, 총 8년 5개월에 달한다.

이번 계약 금액은 삼성전자 2024년 전사 매출(300조8709억 원)의 7.6%, 반도체 부문인 DS(Device Solution) 사업부 매출(111조1000억 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단일 고객 기준으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생산은 내년부터 가동되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계약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계약명과 조건은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계약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체결된 2나노(1㎚=10억 분의 1m)급 첨단 공정 기반의 반도체 수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전장용 또는 모바일용 고성능 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운드리는 팹리스(설계전문 기업)가 설계한 칩을 대신 제조해주는 사업으로, 선제적 투자를 통해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만큼 '대형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가 대표적이다. TSMC는 2010년대 초반 애플의 모바일 칩 생산을 수주하며 본격 도약했고, 2020년대 초에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까지 확보하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굳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지만, 그간 외부 대형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최근 2년간 TSMC는 고객사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파운드리 가격도 급등했지만, 삼성과 인텔은 수율과 품질 이슈로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해 고전했다. 결국 삼성은 갤럭시용 엑시노스 칩 등 내부 물량에 의존해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수주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외부 대형 고객의 장기 계약을 확보, 삼성전자는 내부 물량 중심의 체제를 탈피하고 글로벌 경쟁력 회복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약이 향후 삼성 파운드리 사업 수익성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삼성 DS부문은 2025년 2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돌며 전분기(1조1000억 원) 대비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 파운드리는 신규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아이폰18용 이미지센서(CIS) 양산, 테슬라 등 신규 수주를 통해 적자 폭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율 개선과 미국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테일러 공장의 가동이 본격화될 경우 미국 기반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수주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나노 첨단 공정을 기반으로 외부 고객과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번 계약이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와 체질 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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