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테네시 세탁기공장' 생산라인 모습. [출처=LG전자]
'LG전자 테네시 세탁기공장' 생산라인 모습. [출처=LG전자]

미국의 고율 관세 여파로 2분기부터 본격 실적 하락을 겪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미 현지 생산 능력 강화와 비용 절감 등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운 가운데 이 같은 대응이 체질 개선과 미래 수익성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이 특정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2분기에만 영업이익이 각각 8000억원 규모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북미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료·가공비 절감, 생산 효율화, 현지 부품 조달 등을 골자로 한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 중이다. 가격을 당장 인상하기보다는 시장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채택하고, 금융·보험 등 비자동차 분야의 수익화도 병행한다.

기아도 관세로 인해 약 8000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하반기에는 사전 비축한 재고가 소진되면서 타격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의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42만대였지만 조지아 공장 출고량은 18만대에 불과했다.

기아는 차량 판매 인센티브를 줄여 관세 부담의 25~30%를 자체 흡수하고, 미국 생산분 2만5000대를 현지 판매로 전환해 관세 회피에 나선다. 또 전기차 수요 둔화에 맞춰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차 생산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TV 시장 경쟁 심화와 관세 부담이 겹친 LG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외에 멕시코 멕시칼리에도 세탁기 생산지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관세 변화에 따른 유연한 공급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멕시코에서는 냉장고와 TV를, 베트남에서는 세탁기와 냉장고를 생산 중이다.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서도 "유통 채널과 협의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 중이다.

삼성전자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으며, 가전·TV 중심의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이 관세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철강 사용 비중이 높은 가전제품은 철강 관련 관세가 제조원가 상승을 야기하며 수익성을 떨어뜨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활용해 공급망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미국산 철강 사용 확대도 검토 중이다. 반도체 부문인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도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2분기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급증과 관세 시행 전 선수요 효과로 영업이익 9조원을 돌파한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관세 정책 변화 가능성이 큰 만큼 생산과 재고를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하반기 중국의 철강 감산과 경기 부양책 효과에 따른 철강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고로-전기로 복합 공정 투자와 고부가 철강 제품 확대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

OCI홀딩스는 기존 태양광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반도체, 이차전지 등 고부가가치 첨단소재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 중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핵심 소재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맞서 단기적 손실 방어와 장기적 체질 개선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며 "불확실한 통상 환경에서 유연성과 선택과 집중이 기업 생존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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