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최종현학술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889_687754_5832.jpg)
글로벌 안보 질서의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 북핵 위협, 공급망 분쟁 등 복합 위기가 중첩된 국제 질서 속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내 최고 외교·안보·기술 전문가들은 "이제는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정교한 국가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최종현학술원은 동아시아연구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으로 '글로벌 복합 위기,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 방향'을 주제로 포럼을 가졌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원장,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김정섭·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재성·손인주·박종희·홍용표 서울대·한양대 교수 등 학계와 정책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참석해 해법을 제시했다.
■"방어 넘어 설계해야…전작권도 전략 기회로 전환"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나토 정상회의, 중국 전승절 등 외교적 선택은 단순한 찬반이 아니라 전략과 가치, 국내 정치가 맞물리는 고도의 판단"이라며 "최악을 피하는 소극적 선택이 아니라 최선에 가까운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한미동맹은 방위비 분담 압박,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세 갈래 도전에 직면했다"며 "한국 주도의 능동적 동맹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도 ‘주권 회복’이 아닌 ‘전략적 기회’로 수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건 충족을 핑계로 논의를 미루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실질적 조건 평가와 단계적 이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은 "확장억제와 북핵 대응은 한미 공동의 책무이며, 일정 수준의 주한미군 주둔은 필수지만, 기존 연합방위 체제에 안주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北의 현실 직시하고 ‘전략 패키지’로 대응해야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는 구체적 대북정책을 내놓지 않았지만, 경제적 지렛대, 조건부 협력, 중국과 조정 외교 등을 결합한 전략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 교수는 "북한은 생존, 핵 억제력 완성, 국제 위상 확보, 동북아 균형 재편이라는 복합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며 북·러 협력 강화와 '두 국가론' 공식화 등이 그 일환이라고 진단했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이제는 북한의 정체를 직시한 현실 기반의 실용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며 "평화를 추구하되 안보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균형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한반도는 전쟁도, 평화도 아닌 중간 상태"라며 "단순한 낙관이 아닌 정교한 전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화를 위한 유인책과 압박을 병행하고, 형식·내용까지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은 "미국 외교정책의 불확실성 속 일본은 자율성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이념이 아닌 전략 관점에서 일본과의 협력 기반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전략을 △플랜A(미일동맹 중심) △플랜B(자율성 확대)로 구분하며 "두 전략 모두 한국과의 실질 협력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손인주 서울대 교수는 중국의 이중적 성격을 짚었다. 손 교수는 "중국은 외부엔 민족주의와 강경 태도를 내세우지만 내부는 체제 불안과 구조적 긴장이 공존한다"며 "한국은 원칙 기반의 다원주의와 동심원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 ‘2+2+2’ 협의체 신설을 제안하며 "미·중 전략 경쟁의 파열음을 한국과 일본이 완충하고, 지역 불안정에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생태계 주도권 싸움…"韓, 제조업 기반 AI 전략으로 반격해야"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은 반도체 전 영역을 아우르며 AI 생태계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있다"며 "한국은 제조업 기반의 AI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화웨이·알리바바 등은 반도체부터 AI 모델까지 풀스택 생태계를 내재화 중"이라며 "특히 파운드리·장비·수요 기업에 대한 삼중 보조금 체계로 AI 생태계를 통합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리쇼어링 전략은 삼성·TSMC의 3나노 공정 유치를 통해 2030년까지 첨단 반도체의 20~30%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려는 시도"라며 "대만의 비중이 줄어들수록 한국이 그 공백을 메울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는 "AI 패권 경쟁의 핵심은 기술보다 생태계 설계에 달려 있다"며 "한국은 미국식 시장형도, 중국식 개입형도 아닌 제3의 길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어 특화 모델을 위한 ‘소버린 AI 컨소시엄’ 구축과 함께 반도체·바이오·국방·지능형 제조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주문했다. 정책 과제로는 △GPU·데이터 인프라 확보 △스타트업 종합상사 모델 도입 △보편적 보조금 체계 △지식재산 보호 등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