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스의 HBM용 TC 본더. [출처=세메스]
세메스의 HBM용 TC 본더. [출처=세메스]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자회사 세메스가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반도체 등 후공정 장비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국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태계 강화에 활력이 돌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장비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 적층해 만드는데, 기존 HBM은 여기에 TC 본더를 사용했다. 그러나 층수가 높아짐에 따라 향후 HBM에는 D램 사이 범프를 없애고 하이브리드 본더로 연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세메스는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메스는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해 평가가 진행 중이며, 일부 기술적 과제에 대한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CMP(화학기계적 연마) 장비, 플라즈마 활성화 장비, 클리닝 장비, 본더 장비, 레이저 다이싱 장비 등 여러 개의 전·후공정 장비 기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네덜란드 장비사 베시와 협력해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미반도체는 테스와 손잡고 연구 중이다. 한화세미텍은 계열사 중 한화모멘텀의 전공정 장비 부문을 2024년 흡수한 바 있다.

세메스는 종합 장비사로 전·후공정의 장비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 조감도. [출처=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 조감도. [출처=한미반도체]

삼성전자는 현재 세메스 이외에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베시 연합과 하이브리드 본더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나, '비싼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관계자는 "어플라이드-베시 장비가 경쟁사 대비 더 좋은 건 맞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이 때문에 삼성이 여러 장비사들한테 클러스터를 구성해 가지고 와보라고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미반도체에게도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의 벤더 다변화 정책에 맞서 고객사를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에게 TC 본더 수주를 내주자, 한미반도체는 미국 메모리사 마이크론의 비중을 확대했다.

한미반도체는 국내 전공정 전문 장비사 테스와 협력해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하고 있으며, 1000억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본더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특정 고객사를 타겟으로 하기 보단 다각도로 (하이브리드 본더를) 만들고 있으며, 메모리 3사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및 국내 장비사들과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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