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진행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 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하자 은행권에서 기업대출, 소상공인 출연, 주주환원 정책 등을 확대하는데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24일 진행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 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하자 은행권에서 기업대출, 소상공인 출연, 주주환원 정책 등을 확대하는데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이자놀이' 발언으로 은행권에서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금융 강화, 주주환원 확대, 금융취약 계층 지원 등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은행권의 보폭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다만 은행들은 이자이익에 대한 부분으로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것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대출 여건, 기존 상생금융 정책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02조481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4조183억원(4.2%)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0.4%(2조5011억) 늘어난 664조7301억원으로, 중기대출과 비교해 주담대의 증가폭이 컸다.

최근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KB금융,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4% 불어난 21조92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4일 진행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 주시길 바란다"며 "국민 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성장·발전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국민 소득 증대에 각 부처가 각별히 신경 써주시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차이)으로 거둔 이익을 건전한 성장을 위한 국내 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의 '이자놀이' 지적을 두고 금융권의 '이자장사' 논란이 일었고 지난 28일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권 협회장들을 불러 간담회를 진행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권 부위원장은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인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전환을 요청하자 은행권에서는 생산적 자금공급 확대 등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이자놀이' 발언 직후 은행들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은행별로 창업기업 지원을 확대하거나 지역신용보증재단에 대한 출연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고,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위한 금리 우대·대출 규모 증액 등의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량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 한도 증액·금리 인하 등을 추진, 펀드 상품 판매를 늘리는 홍보를 강화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살펴보는 은행들도 있었다.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 해외 시장 진출, 공급망 확대 등을 확대해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방향을 추진하려는 경향도 보이기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한 방향을 진행하고 있는데, 주주환원에 대한 부분을 확대하는 방향도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예대마진의 폭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금리 인하 직후 이러한 부분이 빠르게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었다"며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 확대 등의 전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자놀이 지적에 은행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상황에서, 이자이익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것은 일방적 평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A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집값 오름세 커졌고 이로 인해 주담대 잔액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며 "소상공인 등을 위한 상생금융도 진행했는데 특정 상황만 보고 부정적인 부분만 언급되는 듯하다"고 우려했다.

B은행 측은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 신청이 증가하는 상황도 고려했으면 한다"며 "기업금융 확대 등 그동안 은행들도 여러 요소를 추진해온 사항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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