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자 놀이’ 지적을 통해 은행권에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등 업무 관련 안내문. [출처=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이자 놀이’ 지적을 통해 은행권에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등 업무 관련 안내문. [출처=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이자 놀이’ 지적을 통해 은행권에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가계대출 중심에서 기업금융 중심으로 무게추가 옮겨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량 중소기업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830조6154억원으로 전달보다 8771억원 늘었다. 지난 6월 8조4212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한 달 새 1조5992억원 늘어난 665조6860억원에 달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7월 말 기준 164조9293억원으로 전월보다 7222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58조9734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1386억원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크게 둔화됐다.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적용된 이후 각 은행들은 애초 예상했던 가계대출 증가량의 절반만 늘릴 수 있게 됐다.

올 상반기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크게 불어난 만큼 각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기업대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이자 장사’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향후 은행의 기업대출 확대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며 ‘생산적 금융’ 전환을 주문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28일 금융권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그간 금융권이 부동산 금융과 담보 위주 대출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있다”며 “AI·첨단산업·자본시장·소상공인 등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선 정부가 개인을 상대로 한 이자이익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은 만큼 하반기 기업금융 확대가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이 생산적 금융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은행의 역할을 다하라는 정부의 주문이 있었던 만큼 향후 기업과 산업 성장 지원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각 은행은 중소기업 대상 금융지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금융 전담 조직인 비즈프라임 센터를 전국 12곳으로 확대하고, 신용도 높은 기업 고객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공급망 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 회원사도 연내 10만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소호대출과 기업대출 특판 한도를 증액하고 금리 혜택을 확대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국가전략산업 분야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특별 출연을 통해 담보가 부족한 기술기업에도 자금을 공급한다. 신한은행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기업대출 건전성 관리가 고민이다. 기업대출의 경우 건당 취급규모가 가계대출보다 커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리스크 부담도 크다.

경기부진이 이어지며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0.50%로, 2016년 5월(0.9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직전 분기(0.49%) 및 전년 동기(0.39%) 대비 각각 0.01%p, 0.11%p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0.59%로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도 0.54%로 2017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은행(0.50%→0.42%)과 신한은행(0.49%→0.46%)은 전 분기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기업금융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연체율 상승 등 부작용을 고려해 우량 고객 중심의 선별적 대출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각 은행 간 우량 중기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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