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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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경기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중기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은행들의 영업 환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 나온다.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기업대출 등 생산적 금융을 위한 투자 전환을 구상하는 가운데 연체율 악화라는 난제를 만났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2분기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0.50%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0.49%)보다 0.01%p, 지난해 2분기(0.39%)보다는 0.11%p 상승한 수치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중기 대출 연체율이 0.59%로 가장 높았다. 이는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하나은행도 0.54%로 2017년 1분기(0.6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0.42%)과 신한은행(0.46%)은 전 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올해 1분기 수치는 각각 2016년,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IBK기업은행 역시 2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0.93%에 달했다. 전 분기(0.92%)와 작년 같은 기간(0.78%)보다 각각 0.01%p, 0.15%p 높았다. 

경기 상황에 민감한 중소기업의 특성상 우량 대기업 대비 연체율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 놀이'에만 몰두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은행들이 최근 중기대출을 확대하는 가운데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대출 영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에 문제의식을 제기한 건 처음이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은행권을 향해 혁신없이 이자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다고 수 차례 지적했다. 최근 금융위가 초강력 가계대출 억제책을 내놓으면서 은행들은 본격적으로 금융전환에 나선 상황이다.

올해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순익과 21조원의 막대한 이자이익의 원천은 결국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중기 대출은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02조481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2%)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4조7301억원으로 0.4% 늘었다.

생산적 금융, 경제 회복을 위해 투자처를 찾아나서겠다는 일성은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친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띄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지적이 나올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권은 당장 3분기도 기업대출 여건은 녹록치 않다고 보고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대출심사 종합지수는 -17로, 전 분기(-13)보다 더 하락했다. 특히 기업대출 부문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대출 태도는 완화(+6)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여전히 보수적(-6)인 수준에 머물렀다.

우량한 대기업에만 자금이 집중되고, 자금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출 시장에서도 소외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이 주담대보다는 기업 여신이나 벤처 투자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대출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수 진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 관세 이슈 등으로 인해 하반기 경기 상황도 가늠하기 어렵다"며 "당국이 유연하게 건전성 지표를 개선해 준다면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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