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2519_688504_4323.jpeg)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최근 법인세 인상과 상법 개정, 노조법 확대 등으로 고조된 재계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여당의 규제 강화 행보 속에서도 친기업 정책 기조를 함께 강조하며 균형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제3차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기업 경영을 하다 실수하면 감옥에 간다는 두려움 때문에 국내 투자를 망설인다는 말이 있다”며 배임죄 적용의 남용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제형벌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TF를 즉시 가동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배임죄는 기업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한 조항이다. 경영상 판단과 의사결정이 사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법 적용의 완화 또는 합리화를 요구해 왔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1년 내 제도의 30%를 정비하는 명확한 목표도 제시했다.
규제 합리화도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행정 편의주의, 과거형이거나 불필요한 규제는 최대한 해소하거나 폐지하겠다”며 “기업들이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 민간 주도 성장을 다시 강조하며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을 예고한 셈이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이뤄진 상법 개정과 노조법 개정 추진, 법인세 인상 기조 등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를 내비쳐 온 재계를 안심시키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도 해석된다.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노란봉투법은 손해배상 제한과 사용자 범위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법인세 역시 최고세율을 윤석열 정부 당시의 24%에서 25%로 되돌리는 방안이 여당과의 합의로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기조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를 지향한다”며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투자와 성장 동력을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최근 진행 중인 한미 상호관세 협상에서도 기업은 핵심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측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관세 인하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워싱턴을 찾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미국 내 반도체 및 인공지능 분야 투자 확대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과 정부 주요 부처에 기업인 출신을 잇따라 기용한 것도 기업과의 연대 전략 강화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재계 총수들과 간담회 및 식사를 함께하며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해 왔다. 관세 협상 외에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공지능 산업 경쟁력 확보 등 국가 경제의 주요 과제에서 기업과 정부의 공조는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단순한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배임죄 개정이나 경제형벌제 정비는 입법과 사법 권력 간 충돌 우려도 있는 사안이어서 정치적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 규제 완화와 기업 자율성 확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제도 설계의 정교함이 향후 정책 추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AI 대전환 시대에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에 기반한 투자와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성장과 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복합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