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LNG선. [출처=각사]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LNG선. [출처=각사]

조선업계가 하반기에도 거센 수주 한파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노후선 교체 수요와 안정적인 수주잔량 등 긍정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 둔화와 신조선가 하락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선주들의 발주 관망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31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5 하반기 해운조선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전년 대비 약 46% 감소한 4000만 CGT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 역시 900만 CGT로 전년 대비 19% 줄고, 수주액도 295억 달러로 20%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LNG선 발주 급감이 국내 조선 수주 부진의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후 스팟 운임과 용선료가 급락하면서 LNG선 발주는 급속히 위축됐다.

그 결과 상반기 LNG선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82.9% 줄어든 105만 CGT에 그쳤고, 전체 신조선 발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4%에서 5.4%로 급감했다.

중국 조선소의 생산능력 확장도 부담 요인이다. LNG선 발주 감소로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조선소는 생산 설비를 확충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로 인해 신조선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조선업계의 가격 경쟁력 열위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수주잔량이 아직 충분한 만큼, 단기간 내 급락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K‑조선이 LNG선 중심의 편중된 수주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벌크선, 탱커 등 범용선 시장에서 고효율·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고부가가치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LNG선 수요는 탄소중립 이슈와 최근 LNG 시장의 전망을 고려하면 긍정적이지 않다"면서 "중국의 추격과 메이저 선종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하면 LNG선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양 연구원은 "국제 환경규제로 화석연료 추진 선박에 부과되는 페널티가 커지고, 청정 연료 가격도 높은 만큼 고효율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스마트 선박과 자동화 조선소 등 스마트화 기술 역시 연비 효율을 높이고 품질 차별화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산업의 국가 안보적 가치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역할도 강조된다. 양 연구원은 "조선업계가 흑자 전환을 통해 기술투자 여력을 확보한 지금이야말로 산업 체질을 전환할 최적기"라며 "정부는 R&D 확대와 수출금융 지원 등을 통해 경쟁력 제고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반기 수주 위축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LNG선 탈피와 범용선 고부가화는 한국 조선업이 장기적인 성장 궤도에 복귀하기 위한 중대한 전략 전환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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