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출처=한화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2676_688686_1444.jpg)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숙원, ‘글로벌 방산기업 톱10’ 진입이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3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2022년 세계 방산기업 순위 42위에서, 2023년에는 24위(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기준)로 수직 상승했다.
여기에 2022년 한화오션 인수에 이어, 지난해 말 미국 필리조선소까지 품에 안으면서 한화의 방산 부문은 육·해·공 전 영역을 아우르는 본격적인 ‘퀀텀 점프’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 미 해군·정관계 인사 관심 줄이어
한화가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미국 조선 시장 진출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조선산업 재건을 계획 중인 미국에게 있어 현지 투자를 단행한 한화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눈 도장을 찍었다.
<EBN 산업경제>는 지난 16~18일까지 필라델피아 및 필리조선소를 취재하며 이러한 현지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필리조선소 내 5도크에는 미 해군의 다목적함이 진수를 마치고 정박해 있었다. 18일(현지시간)에는 미 해군 VIP가 필리조선소를 찾기도 했다.
해군 뿐만 아니라 정관계 인사도 필리조선소를 예의주시하며, 한화그룹 관계자들과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김경택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필라델피아 시 관계자와 상원의원, 하원의원들로부터 한화 관계자들과 만남을 주선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도 미국 현지에서 완전한 정착을 위해 현지인 고용에 중점을 두고,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필리조선소를 단순한 해외 생산 거점이 아닌, 방위산업과 연결된 조선 역량을 미국 본토에서 구현하겠다는 전략이 현지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필리조선소에 방문한 마크 켈리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출처=켈리 상원의원 홈페이지 캡처]](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2676_688688_1535.png)
■ MRO이어 군함 건조 넘본다…전략적 파트너 부상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한화가 필리조선소 인수를 추진하던 시점부터 이미 가시화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 해군 대상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USNS Wally Schirra)의 MRO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유콘함(USNS Yukon), 찰스 드류함(USNS Charles Drew) 정비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한화오션의 목표는 명확하다. MRO로 미 해군의 신뢰를 얻고, 필리조선소에서 군함 건조까지 직접 수행하는 것.
20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미 해군 전투 지원함 건조 프로젝트 입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화는 미국 소형 군함 및 군수지원함 시장의 40~60%를 점유하고 있는 호주 방산 조선 기업 ‘오스탈(Austal)’의 경영권 확보도 추진 중이다.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 모바일과 샌디에이고에도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이미 오스탈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속 확대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재는 호주 정부의 외국인 투자 심사를 받고 있으며,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화는 북미 시장에서 군용과 상용을 모두 아우르는 ‘조선-방산 융합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갖추게 된다.
![한화오션이 미 해군에 인도한 윌리 쉬라함 정비 전과 후 [출처=한화오션]](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2676_688689_1622.jpg)
■ MASGA 프로젝트의 방점이 될 한화오션
‘미국 조선 산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뜻을 담은 일명 MASGA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한화오션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MASGA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한국과 미국의 안보, 경제를 아우르는 전략적 협력이다. 이 프로젝트의 실질적 교두보 역할을 맡은 것이 한화오션이다. 지난 25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워싱턴DC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조선산업은 해상 안보와 직결된다.
중국은 이미 약 370여 척의 함대를 갖추며, 수적으로 미국(약 290척)을 앞섰다. 미국도 해상 전력 강화를 추진 중지만 어려움이 많다. 중국은 연간 약 2325만 CGT(표준화된 총 톤수)의 선박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연간 건조 능력은 10만 CGT에 불과하다. 비교조차 무색한 격차다.
미국이 해군력 강화와 조선산업 부활을 추진하려 해도 자체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 결국 조선 강국의 실질적 도움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 미국 내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화오션의 미 군함 건조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 한화의 필리조선소는 조선 산업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로 보일 것”이라며 “상선 분야를 넘어 미 군함 건조 영역까지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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