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출처=진명갑 기자]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출처=진명갑 기자]

한미 혈맹이 조선업으로 확장하며 글로벌 조선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미국 조선업 재건을 담은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관세 협상 타결과 함께 가시화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진출과 양국 간 기술 협력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총 4500억달러(약 62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구매를 약속했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에만 집중된 전용 펀드로 운용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워싱턴DC 한국대사관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의 핵심은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 즉 마스가 프로젝트"라며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MRO)까지 전방위적으로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MASGA는 미국 조선업 재건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기조에 한국이 전략적으로 호응한 카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는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 시장에 전방위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점에 환영하고 있다. 한화의 필리조선소 인수를 비롯해 현지 생산설비 확대, 공급망 재정비, 기자재 진출, MRO 확장 등이 조선 생태계 전반에 걸쳐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한미 조선협력 전용 펀드'는 단순한 수출금융을 넘어서는 산업전략이다.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와 함께, K조선의 기술과 생산성이 미국 조선업에 직접 적용된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조선산업 지형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핵심 거점은 한화오션이 지난해 말 인수한 필리조선소다. 현재 한화는 필리조선소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설비 투자와 함께, 국내 조선소의 공정관리 시스템을 현지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30일(현지시간)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출처=한화그룹 ]
30일(현지시간)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출처=한화그룹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협상 타결 직전 필리조선소를 방문한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직접 안내하며 "필리조선소를 교두보 삼아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과 인력 양성, 기자재 공급망 재구축, MRO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 역시 미국 내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헌팅턴 잉걸스와 군함·상선 협력 MOU를 체결했고, 6월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상선 건조 파트너십을 맺었다. 설계와 기자재 공급, 블록 제공 등 건조 전 단계에 걸친 협력 모델을 추진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MASGA 프로젝트는 역사상 가장 큰 조선 협력 사업이 될 것"이라며 "조선소 건립을 넘어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장기적으로 투자될 예정으로 한국 조선업계 일원으로서 정부와 협력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MASGA 펀드의 실질적 자금 집행이 정부 보증 및 금융 공기업 대출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조선사들의 직접 투자보다는 정부의 보증 비중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펀드 참여 주체다.

투자금은 미국 조선소 신·증설, 기자재 수출, 기술이전 등 조선업 재건 전반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자재 업체와 중소 협력업체의 미국 동반 진출 기회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한국 조선업 생태계 확장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단기 성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와 협력해온 중소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함께 진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공급망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산업기술 보호 방안도 병행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HD현대와 상선 공동건조 협력을 추진하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의 조선소 전경. [출처=HD현대 ]
HD현대와 상선 공동건조 협력을 추진하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의 조선소 전경. [출처=HD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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