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규모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출처=HMM]
▶ 세계 최대 규모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출처=HMM]

지난 2분기 한때 반등 기미를 보였던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에 다시 수급 불균형 경고등이 켜졌다. 대형선 중심의 공급 과잉과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관세 리스크가 맞물리며 하반기 시황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이다.

특히 선복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를 크게 앞지르면서 운임 약세 흐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 확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며 글로벌 선사들의 대응 전략도 한계에 직면한 모습이다.

4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공개한 영국 해운시장분석기관 MSI(Maritime Strategies International)의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컨테이너선 수요는 전년 대비 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선복량(공급)은 6.5% 증가가 전망된다. 공급과잉이 구조적으로 심화되며 시황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 방침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시사하며 글로벌 해운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2분기 들어 관세 부과와 유예가 반복되면서 북미 항로 운임은 급등락을 거듭했고, 시장 불안도 증폭됐다.

MSI는 보고서에서 "지난 3개월 동안 컨테이너 무역 환경은 강력한 변동성에 노출됐다"면서 "미국의 변덕스러운 무역 정책으로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대형선 인도가 계속되며 수급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MSI에 따르면, 신조 인도로 선복은 지속 증가한 반면 선박 해체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기준 신조 인도량은 53.6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에 달했지만 해체량은 10만TEU 수준에 그쳤다. 선사들의 공급 조정 노력에도 선복량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조 투자 역시 늘고 있다. 2024년 총 발주량은 453만TEU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2025년에도 1분기 110만TEU, 6월 현재까지 누계 180만TEU를 넘어서며 공급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발주된 대형 선박들의 인도가 향후 2~3년간 지속될 예정이어서 공급 과잉은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선사들의 대응도 한계에 직면했다. MSC는 아시아-남미, 아프리카 항로로 네트워크를 다변화하며 수급 조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 전체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운임 전망도 밝지 않다. MSI는 북미 항로 운임이 지난 6월 한때 급등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선박 대형화와 수요 정체가 맞물리며 주요 항로의 운임 반등 시기는 더욱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세계 경제 둔화, 미중 무역갈등, 수에즈·홍해 등 지정학적 변수까지 복합적인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규제 강화로 선사들의 비용 부담이 지속 증가하는 가운데, 하반기 시황 불확실성에 대비한 고강도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구조적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이 맞물리며 선사들의 수익성 방어 전략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며 "다만 관세 및 지정학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시황 개선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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