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나 죽으면 사망보험금이 무슨 소용?"

추후 사망시 받게 될 보험금을 미리 유동화해 살아 있을 때 요양비로 활용하는 보험상품의 새 얼굴이 주목받고 있다.

사망보험금을 미리 받아 요양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연금보험을 다달이 받아 집과 시설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보험의 실용적 대변화다.

단편적으로는 생명보험사의 '신사업 요양업'으로 해석되지만 보험금을 다양한 서비스로 누릴 수 있게 되는 ‘현물급부형(서비스형)’ 보험금이 금융당국의 제도 변화 아래 등장하게 된 배경이 존재한다.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카운티 [출처=홈피 캡처 ]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카운티 [출처=홈피 캡처 ]

6일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 신한라이프에 따르면 연말께 경기도 하남미사 노인요양시설(64인, 전 세대 1인실)을 개설한다.

앞서 지난해말 오픈한 분당데이케어센터는 가정 내 보호가 어려운 어르신(정원 54명)을 사설 방식으로 보살피고 있다. 대상은 장기요양인정등급자(만 65세 이상 또는 만 65세 미만으로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 1~5등급, 인지지원등급)및 등급외 자 등이다.

또 다른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인 KB라이프는 수도권 인근에 요양 시설 7곳(△평창동 △은평구 △강동구 △광교 △서초 △위례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생명도 이달 자회사를 설립한 뒤 경기 고양시에 요양시설 마련을 구상 중이다. 이같은 시니어 케어서비스 및 요양시설은 보험 보장 이상의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000만명을 상회한 가운데 앞으로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으로 요양서비스를 받는 길이 뚫린 것도 이같은 상황의 배경이 된다.

신한라이프 요양시설 상세 사진 [출처=신한라이프 홈피 ]
신한라이프 요양시설 상세 사진 [출처=신한라이프 홈피 ]

현재 생명보험협회를 포함한 생명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에 맞물려 올해 현금형(연금형) 특약 출시와 함께 내년 초 서비스형 보험 특약을 시범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생보협회와 대형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종신보험에 들어갈 서비스형 요양 관련 특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2월 금융위는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 중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을 연내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사망보험금을 본인이 살아 있을 때 사용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대상 보험상품은 종신보험이다.

사실 기존에도 종신보험을 생전에 미리 꺼내 쓸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종신보험은 납입 보험료 중에 저축보험료의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납입기간이 길면 적립금이 고객이 된다. 때문에 종신보험 가입 후 20~30년이 지나 사망보장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연금으로 전환하거나 일시 및 다달이 수령해왔다.

[보도자료] ‘사후소득’인 사망보험금을 ‘생전소득’으로 유동화하여 노후생활의 안정적 소득을 지원합니다. [출처=금융위 ]
[보도자료] ‘사후소득’인 사망보험금을 ‘생전소득’으로 유동화하여 노후생활의 안정적 소득을 지원합니다. [출처=금융위 ]

금융위의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은 ‘건강할 때도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미리 지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보험 계약기간이 10년 이상, 보험료 납입기간이 5년 이상으로 납입이 완료되고,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하며, 유동화 신청 시점에 보험계약 대출이 없는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이 대상이다.

유동화 대상 금액은 사망보험금 전액이 아니라 최대 90%까지이며, 지급 방식은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지급한다. 제도가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사망 보험금을 연금으로 지급하되, 그 지급 방식을 요양 서비스와 결합하는 쪽의 사업 다각화를 계획 중이다.

예컨대 요양시설 1개월, 건강관리 3개월 이용권과 같이 월 이용료를 본인이 받을 보험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험금 활용을 누릴 요양 및 건강서비스를 위해 생보사들이 요양시설을 짓거나 각종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시하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요양시설 설립에 가장 적극적이다. 대형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경우 시니어리빙(요양) 사업 본격화한다고 주주총회에서 밝힌 바 있다.

[출처=삼성생명,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삼성생명, 챗GPT 생성 이미지.]

일단 삼성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보험금을 유족에게 일시에 지급하는 대신, 고객이 미리 설정한 조건과 시점에 따라 지급되도록 설계된다. 지난해 말 240건, 1000억원에서 5개월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월평균 신규 계약 금액이 약 260억원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같은 재산 상속·신탁 분야가 생보사들의 주요 격전지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 증여세 이슈가 부각되면서 보험사들은 맞춤형 신탁 상품과 무료 상속 컨설팅을 결합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신탁 연계 보장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며 법률·세무 전문가 상담을 연계했다. 보험에 가입하면 교보생명이 운영하는 ‘시니어 웰케어팀’과의 1대 1 관리 서비스도 함께 받는다.

재산 상속 문제 상담의 핵심은 보험금이나 종신보험 수익금을 신탁으로 운용해 사후 분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유병자나 고령층 대상의 단순 보장성 보험 상품으로 단순 보장을 제공했지만 이제는 ‘종합 금융·복지 서비스’ 제공이 생보사의 최대 서비스로 등극한 셈이다.

대면 채널 외에도 앱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건강 모니터링과 생활 케어 서비스까지 커지고 있다. NH농협생명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협력해 혈압·혈당 관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흥국생명도 ‘치매·간병보험+요양 연계’ 패키지를 출시했다.

보험금 상속 및 시니어 요양 외에 부담 없는 상담도 제공 중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고령층을 위한 건강관리 플랫폼 '헬시 라이프 시니어'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간단한 건강 설문과 생체정보 측정만으로 치매·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분석하고, 맞춤 운동·식단·병원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종신·유병자 보험과 연계한 보장성 설계도 가능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가망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한화생명도 ‘시니어 종합지원센터’를 서울 본사에 신설하고, 은퇴 고객을 위한 연금·상속 설계뿐 아니라 웰다잉 프로그램과 장례 절차 상담까지 제공 중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 기준을 충족했다. 이같이 빠른 고령화 속도를 고려해 보험사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사회 구조가 계속 변화하면서 1인 가구 및 초고령자 세대 비중이 늘 것이며 결과적으로 요양 시장 자체가 점차 커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생보사들이 보험금의 특성을 활용해 고령화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요양사업 및 실버케어사업을 신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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